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사(畫師) 의겸 스님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첫 전시가 마련됐다.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은 4월 9일부터 6월 29일까지 박물관 제1·2전시실에서 기획전 ‘호선 의겸: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을 개최한다.
‘붓의 신선(호선)’, ‘존경받는 어른(존숙)’, ‘크고 올바른 모범(대정경)’이라는 존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의겸 스님은 화승이자 수행자로 존경을 받았다. 스님은 1713년부터 1757년까지 40여 년간 전국적으로 수많은 불화를 조성했으며, 담백한 색채와 세밀한 필선으로 표현된 스님의 불화는 대다수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의겸 스님의 뛰어난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성보 총 20건 47점(국보 3건, 보물 7건, 유형 1건)이 전시된다. 특히 최근 학술적, 예술적, 종교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된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4월 9일~4월 22일 공개)와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5월 20일~6월 29일 공개)는 국보 지정 이후 서울에서 처음 전시된다.
더불어 조선시대 관음보살도의 정수로 손꼽히는 ‘여수 흥국사 관음보살도(보물)’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관음보살도(보물’)가 최초로 전시되며, 고려시대의 전통을 이어 새롭게 조선시대 관음보살도의 전형을 만든 의겸 스님의 관음보살도를 직접 친견할 수 있다.
앞서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 임오경·곽상언 국회의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등이 동참했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를 통해 “의겸 스님은 조선후기 불화의 거장이자 탁월한 화격과 정교한 필치로 불보살의 자비와 가르침을 형상화한 분이다. 스님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적 가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수행의 결정체”라며 “스님이 펼쳐 보인 고준한 정신을 본받아,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우리 불교가 선조의 지혜와 유구한 전통을 잊지 않고 계승·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은 “의겸 스님은 40여 년간 전라도·경상도·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불화를 조성하셨으며, 그 손끝에서 형상화된 부처님의 세계는 그 학술적·예술적·종교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불법의 지혜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축사에서 “의겸 스님은 단순한 화승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창조성을 지닌 선각자였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시대 18세기 불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확장해 나간 여러 화승들의 작품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 불교미술의 흐름과 발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고 밝혔다.
한편, 조계종은 올해 4월과 5월을 ‘불교의 달, 마음 평안의 달’로 정하고, 국제불교박람회,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연등회, 국제선명상대회 등과 함께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
김보배 기자 84beb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