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 우리 대학교는 경주시로부터 아이돌봄센터를 수탁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이돌봄센터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12세 미만의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아이돌봄서비스에 우리 대학이 참여하게 된 주요 이유는 인구절벽이라는 지방정부의 현안을 대학이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되었고,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출산율을 장려하는 만큼 태어난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평소의 신념이 반영되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부모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축복이고 삶의 깊이를 더하는 경험을 제공하지만, 이 여정은 고통과 즐거움이 교차한다. 나 또한 육아전쟁에서 예외 없이 수많은 고통과 마주쳐 발을 동동 구른 경험이 있다.
퇴근 후 육아로 출근: 일하는 여성으로서 건강한 아이 양육을 위해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양육자는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의적 시집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낮 동안은 할머니가 양육하시더라도 일하는 여성인 엄마에게 퇴근 후 귀가는 퇴근과 동시에 가정으로 다시 출근하는 것이 된다.
잠자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 감기에 걸린 아이가 저녁에 잠을 설쳤다. 등에서 내리면 잠귀 밝은 아이는 계속 울어 등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업어 재우는 것이었다. 문제는 내일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 없어 아이 업은 채로 침대에 기대어 쪽잠을 잤고, 심지어 엄마는 배 위에 아이를 얹고 잠자는 묘기도 부렸다. 직장에 있는 며느리 대신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시어머님께 밤시간까지 돌봐달라 부탁할 염치가 없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시절의 소망은 두시간 이상 깨지 않고 잠자는 것이었다.
학원에서 엄마의 일터로 뺑뺑이 돌기: 아이가 여섯살이 되었을 때, 위덕대에 부임하게 되어, 2년 정도 아이와 경주에서 둘이 살았던 적이 있다.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는 유치원을 마치게 되면, 음악, 미술, 영어 학원에 갔고, 퇴근이 늦은 엄마를 둔 죄로 학원을 마친 아이는 집이 아닌 엄마 일터인 학교로 종종 하원했다. 일하는 엄마를 배려해 얌전히 가만히 있을 리 없는 아이는 강의동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이랑 잘 놀아주었던 조교 선생과 아래층의 교수, 그리고 평생교육원 팀장......, 지금 생각해 보면, 본인의 일도 많았을 것인데 6세 에너지 넘치는 꼬마 숙녀를 진심으로 돌봐주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학교에 오는 것을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짜장면집, 통닭집이 대신한 엄마 밥상: 경주에서 2년간 살다가 갑작스러운 시어머님의 상으로 인해 홀시아버지를 돌보아야 한다는 효심이 발동한 탓에 대구로 다시 합가했다. 퇴근이 일정치 않고 장거리 직장을 둔 부모 탓에 아이의 점심이나 저녁은 동네 짜장면집과 통닭집, 그리고 피자집이 우리 아이의 단골 식당이 되었다. 아이가 주문하고 먹으면 후불 결재를 하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아이가 원하는 음식은 다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좋은 이웃을 만난 것이다. 엄마가 늦게 온다고 인지하고 있었던 옆집 아주머니께서는 떡볶이, 잡채, 전, 김밥을 하면 우리 아이 먹으라고 꼭 가져다주셨다. 아이는 엄마표 간식보다 옆집 아주머니 간식을 더 자주 먹은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딸은 부모뿐 아니라, 조부모, 유치원, 학교, 학원, 부모 일터의 동료들, 이웃 주민들, 주변의 중국집, 통닭집, 피자집 주인들이 함께 원팀으로 양육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 겨우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었기 때문에 둘째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 누가 더 조직적으로 원조했더라면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보다 아이 키우는 즐거움이 축적되어 엄청난 삶의 힘이 발휘되었을 것 같은 회한이 남는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은 마을 전체의 공동 책임으로 여겨져 왔다. 이 속담이 확산된 것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1996년에 출판한 책 ‘It Takes a Village: And Other Lessons Children Teach Us’를 통해서이다. 즉, 아이의 성공적인 성장을 위해 가정, 학교, 정부, 지역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지방정부도 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온 마을이 육아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고, 마을 육아 공동체 만들기에 정부와 대학이 함께 발 벗고 앞장선 성공적인 선례로 위덕대 아이돌봄센터가 역사에 남기를 기대한다.
장덕희 교수/위덕대 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