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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여는 힘

밀교신문   
입력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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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모컨의 버튼만 한 번 누르면, 스마트폰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소비자를 직접 찾아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방문판매는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첨단 IT 시스템이 쇼핑을 쉽고 편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방문판매가 지닌 고유의 스킨십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방문판매를 고집하는 기업들은 방문판매를 스킨십 마케팅으로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IT 시대 소비자들의 공허한 마음을 달래준다는 것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시장에는 제품 정보가 넘쳐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은 내게 맞는 물건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방문판매는 이 같은 혼란 속에서 소비자에게 맞춤 정보를 제시합니다.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합니다. 잘 들어야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모 사파엔스의 기본 속성은 관계와 소통이라고 합니다. 관계를 맺고 정보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갑니다. 귀를 열어 이야기를 듣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릅니다. 사적인 관계뿐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좋은 관계의 시작입니다. 게다가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신뢰감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교화자의 듣는 태도가 교화의 성패에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화자는 법을 주기 이전에 상대방으로부터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이때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이 소리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내용과 함께, 얼굴표정 등의 사소한 모습 등을 통해 상대방이 처해 있는 마음의 상태를 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잘 듣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정방문이라는 교화방편을 펴고 있습니다.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그 가정을 방문하여 서원하고 정진하며 법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기의 허물을 깨닫고 그 가정방문에서 일어나는 당체법문(當體法問)을 통하여 개인의 인연과 인과 또는 그 가정의 가족 구성원과 조상과의 인연과 인과를 깨치는 것입니다. 이 가정방문에서의 법문은 스승과 신교도, 신교도와 신교도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하여 서로가 서로를 통하여 인연 인과를 깨닫는 아주 좋은 교화의 방편이기도 합니다.

 

가정방문은 교화스승이 신교도와의 관계를 촉진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교화방편입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적절한 위로와 지지, 격려, 참회, 하심의 교화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교도들의 상황에 맞춰 지혜롭게 하루, 일주일, 49일동안 직접 방문불사를 통해 교도들의 내적 외적 고통을 들어주고 함께 정진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 인연 된 신교도들을 심인당에서 대중동참의 불공을 통해 불법의 진미를 하나씩 증득하게 함과 동시에, 가정방문을 통해 신교도의 세세한 인생역경을 바르게 이해하여 공감의 교화를 심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제외하고 교화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방문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가정방문을 통해 신교도들의 형편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이로써 신교도와의 친밀감 형성은 물론이고, 당해 심인당 교화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변천에 맞추어 교화방편도 진리적 기준을 잘 적용해야 합니다. 앞으로 가정방문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며, 심지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가정방문할 수 없음에 대한 합리화가 나타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방문의 목적은 부처님 진리를 신교도의 개인적인 환경에 맞게 적용시켜 주는 공감의 방편행이자 구경행이 됨을 놓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