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인연으로 완성된 삶…좋은 인연 쌓아갈 것”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40239작성 : 밀교신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배움과 증명의 연속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음악가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완성하는 예술가이기도
제가 활동하는 주 분야는 반주 피아니스트로, 영어로는 콜라보레이티브 피아니스트(Collaborative Pianist)로 무대 위의 동반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기 연주자나 성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며 단순히 뒤에서 연주하는 사람을 넘어서서 함께 음악을 만드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직업의 연장선으로 가천대학교에서 반주 강사로 재직하며 성악 전공 학생들의 반주를 맡아 지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원시청소년합창단 반주자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진각종이 모태신앙인 덕분에 심인당과 맺은 인연으로 유가심인당 진여합창단 반주 및 음악 지도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7살에 처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예체능을 전공할 때 악기 같은 경우 5살부터 시작하는 편이라, 저는 조금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여느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는 것처럼 저도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다가 조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취미와 전공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이 주는 성취감이 매우 크고, 재미를 많이 느끼면서 전공의 길로 들어서면서 13살에 본격적으로 입시 학원으로 옮기게 되는데요, 취미로 하던 피아노와 전공으로 하는 피아노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음악이 즐거움보다 힘들고 견뎌야 하는 순간들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해야 하고 어린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해야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음악을 통해 느꼈던 성취감과 즐거움, 그리고 주변의 응원 덕에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선화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제가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입시전형이 바뀌면서 저에게 유리해졌다는 행운이 따랐는데요. 그때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를 위해 열심히 불공해주신 부모님 덕분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통 한국에서는 입시가 끝나면 큰 고비를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한 길만 보고 달려왔던 탓인지 번아웃이 왔고, 다른 직업을 꿈꾸기도 하며 방황의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헤맨 만큼 그 땅이 내 땅이다’라는 말입니다. 그런 방황의 시간이 저에게는 밑거름이 되고, 스스로 성장하고 단단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황하면서도 음악의 끈은 놓지 않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좋은 선생님과의 인연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 코치과 석사과정을 추천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2021년 한예종에 합격하면서 성악 반주자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페라 코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만 있는 유일한 과정이며,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직업인데요, 오페라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성악가들을 트레이닝 시키는 직업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역할과 공부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완성을 위해 성악가들을 코치하고, 오케스트라와 무대 사이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피아노의 전문성이 필수이며, 성악 및 언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역할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십명의 오케스트라를 대체하여 피아노로 반주하며 효율적인 연습환경을 제공하고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원어 가사의 정확한 발음과 뉘앙스를 교정하며 △성악가 개인 연습시 파트너가 되어 다른 배역의 노래와 호흡을 맞춰주기도 하며 △악보의 심층적 분석을 통해 캐릭터 해석과 음악적 표현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페라 코치는 ‘클래식 종합예술의 숨은 지휘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방대한 공부량과 현장 경험이 필수적인 고난도의 직업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석사 졸업연주는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었는데 ‘음악감독’, ‘오페라 코치’, ‘피아니스트’를 모두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가장 고생스러웠지만, 또 가장 큰 밑거름이 된 무대기도 합니다. 이때의 경험이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음악가’로 성장시켰습니다.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배움과 증명의 연속입니다. 멈추지 않는 노력으로 완성되는 길입니다. 끝없는 배움의 여정과 인내와 증명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이를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가족의 헌신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반주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멜로디를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탁월한 듣기 능력과 순발력으로 음악의 깊이를 더해주는 연주자이자 동료 아티스트입니다. 솔로이스트와 수직적 관계가 아닌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파트너의 미세한 숨소리와 뉘앙스를 듣고 찰나의 순간에 반응하여 호흡을 맞추며, 단순한 음표 해석을 넘어 가사의 의미, 언어적 특징, 시대적 스타일을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고 솔로이스트가 빛나도록 지원합니다. 피아니스트는 무대 위 연주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합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동료 음악가를 돕는 예술가로서 △연주자(솔로, 실내악, 앙상블) △전문 반주자 △오페라 코치 등이 있으며, 후학을 양성하고 음악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의 영역으로 △대학 강의, 교수 △입시·전문 레슨 △음악 감독 △합창·오케스트라 지휘 등도 있으며, 공연을 기획하고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창작하는 프로듀서로서 △공연 기획자 △예술 행정 △음악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등의 직업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하면서 이 세상에 다양한 예술들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저는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며, 또 제자들 가르치면서 다음 세대를 키우는 기쁨도 느낄 수 있어서 저는 이 길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걷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수많은 인연 덕분이었습니다. 수원의 유명 입시학원을 집 바로 앞에서 만난 행운을 시작으로, 서울대 입시요강의 변화, 그리고 방황기에 만난 은사님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석사 진학의 추천, 가천대와의 인연, 어머니의 끊임없는 불공과 서원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공의 공덕이라고 생각하며 인과의 힘을 믿고, 좋은 인을 짓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인연과 우연이 빚어낸 기적같은 선물에 감사하며, 오늘도 좋은 인연을 쌓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