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시력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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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40238작성 : 밀교신문
사람들은 눈이 나쁘면 안경을 맞춘다. 흐릿한 것을 또렷하게 보기 위해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것처럼 명쾌하고 단순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흐릴 때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상대의 말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날의 ‘마음 상태’가 달라서일 때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정확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
서운함도, 분노도, 불안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정말 또렷한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해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에도 시력이 있나보다.
어느 날은 근시처럼 가까운 감정만 또렷하다. 지금의 서운함은 커지고, 고마운 장면들은 멀어진다. 또 어떤 날은 난시처럼 모든 것이 어긋나 보인다. 실제보다 더 날카롭게, 더 차갑게 받아들인다.
마음이 흐려지는 까닭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을 가르는 분별이 앞서고, 그 위에 욕망과 집착이 겹겹이 쌓이면서 사실은 점점 본래의 모습에서 멀어진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마음시력교정’일지도 모른다.
한 수행자가 양손에 꽃을 들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러 왔다. 부처님께서 “방하착(放下着)하라” 하시니 그는 왼손의 꽃을 내려놓았다.
다시 “방하착하라” 하시니 이번엔 오른손의 꽃도 내려놓았다. 세 번째 같은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더 이상 내려놓을 것이 없어 당황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내려놓으라 한 것은 네 손의 꽃이 아니라 네 마음속 분별심이다.”
결국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붙들고 있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내려놓을 때 뿌옇던 것은 또렷해지고, 어긋난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뒤틀린 것을 바로잡는 일, 그것이 마음시력교정이다.
세상은 때때로 단순하다. 그런데 우리가 덧씌운 해석이 시야를 흐려 놓는다. 던진 말 하나가 마음에 남아 오래도록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럴수록 잠시 멈춰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그 사람의 의도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만들어낸 장면인지. 그래서 마음이 흐려졌다고 느껴질 때는 무언가를 더 하려고 애쓰기보다 먼저 내려놓는 편이 낫다.
내가 옳다는 고집,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기대,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심, 상대를 단정짓는 마음까지. 하나씩 내려놓고 나면 세상은 전보다 또렷하고 밝게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끝내, 내려놓은 만큼 맑은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여실지견(如實知見)',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마음을 무겁게 내려 앉을 때 “방하착.” 그 가벼운 한마디가 뿌옇게 흐려진 마음을 바로잡는 마음시력교정이 된다.
‘방하착’이라는 렌즈를 얹으면서 우리는 오늘도 초점이 흐트러진 마음 하나를 고쳐 쓴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양유진/회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