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나의 소박한 ‘시민됨’

입력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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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9500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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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책장을 살펴보다가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라는 책에 시선이 멈췄다. 아주 오래전 나온 책인데, 흑백의 표지사진이 인상적이다. 비가 오는 좁은 골목길,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가 우산을 높이 들어 올리고 담장 쪽으로 바짝 붙어 걷고 있다.

 

표지사진이 이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원제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무엇입니까?’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동차가 미치는 해악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자동차는 아편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그만큼 자동차 문명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는 자동차를 이기심을 확대하는 도구라고 지적한다. 자동차는 바깥보다 아늑한 공간이다. 눈비가 내려도 젖지 않으며, 찬바람도 막아준다. “자동차에 타면 외부 사람에 대해 우월감을 갖는다. 때때로 바깥사람이 장애물로 보여 적의마저 품을 수 있다. 이리하여 운전자는 자기 마음속에 이기심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스기타 사토시.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 아이들의 놀이터인 골목길을 자동차가 빼앗아 갔다는 데 있었다. 나아가 자동차로 인해 매년 수천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장애인이 되는 현실에 의문을 가졌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빼앗은 길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갔으며, 그래서 자동차 길이 없는 마을 만들기, 자동차 수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 홋카이도대학 영문학 교수이다. 자동차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시민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공동체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로 서로 관계 맺으며, 공동의 문제를 함께 숙의하고 해결하는 사람들”, 대체로 이와 같이 정의한다. 시민은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시키는 기본적인 요소이자 정신이다.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책의 저자는 자동차가 드리우는 짙은 그늘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공동의 문제로 삼았다.

 

시민됨의 첫걸음은 이거 문제 아닌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불편함을 느끼거나 무언가 의문점을 가질 때가 있다. 누군가 횡단보도에 자동차를 세워두었다거나 경사로가 아니라고 가정해 보자.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유모차에는 길이 막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이동 편의와 권리를 침해한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채식을 하는 이에게 육식 위주의 단체 급식은 곤혹스럽다. 이들도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축 전염병이 번지면 수천수만 마리의 닭과 돼지, 소들이 예방적 살처분조치로 몰살당한다. 전염병 발생을 최소화하는 사육시설, 백신을 투여해 죽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시민됨은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여럿이면 더욱 좋다. 나의 문제의식을 확인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가운데 해결 방안을 내놓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관련된 시민단체가 있다면, 자료와 경험을 얻을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신대승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