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과 불교적 포교의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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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9497작성 : 밀교신문
귓가에 맴도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 화려한 무대와 액션,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 최근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이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아이돌과 악령 사냥꾼이라는 이중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들이 무대에서 노래와 춤으로 악귀와 맞서는 스토리는 K-팝의 에너지와 판타지 액션을 결합한 신선한 문화 실험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건 케데헌은 단순히 오락적 요소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케데헌의 주인공들은 칼이나 총이 아닌 음악과 춤을 무기로 삼는다. 그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흥겨움이 아니라 감정의 진정성이다. 관객과 함께 정서적 힘이 악을 물리치는 궁극의 무기로 제시된다.
이는 결국 선함과 감동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불교적 시각에서 보면 탐욕·분노·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을 모든 인간의 고통에 대한 시작으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길을 내 마음속 본심에서 찾아야 한다. 악을 제압하는 힘은 물리적 무력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참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깨달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불교 전통에는 오래전부터 소리와 리듬이 중요한 수행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염송과 같이 울림을 통해 번뇌를 씻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케데헌 속에서 주인공들이 무대 위 노래와 춤으로 악귀를 몰아내는 장면은, 현대적 상상력을 더한 불교의 예술적 포교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전통문화로 염불과 독송, 범패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대중문화와의 접목은 더디다. 케데헌은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가 어떻게 예술과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포교의 장을 열어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청년 세대는 교리적 설명보다 체험과 감각적 울림을 통해 종교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케데헌이 보여준 감동의 힘을 불교적 렌즈로 재해석한다면, 자비와 지혜의 메시지를 음악·무용·예술과 결합한 새로운 포교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예컨대 케이팝 공연의 형식을 차용한 서원가 콘서트, 전통불교음악과 현대 리듬의 난타 공연, 혹은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 등의 실현 가능한 활동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음악과 진정성이 악을 이기는 힘이라는 메시지는 불교의 자비사상과 깊은 울림을 공유한다. 대중문화 속에 스며든 종교적·문화적 가치를 읽어내고 이를 설법과 수행의 언어로 다시 풀어낼 때, 불교는 청년 세대와 소통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천혜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