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의 울림, 광복절에 비춰본 K-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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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9496작성 : 밀교신문
최근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KPop Demon Hunters)에는 남산타워, 안동 하회마을, 낙산공원 성곽길 같은 한국의 풍경들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김밥, 새우깡, 컵라면 등 익숙한 음식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한국어 노래가 OST로 흐르며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감동은 단순한 볼거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주제곡 <Golden>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응축해 낸 상징이자, 세계를 하나로 잇는 메시지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도 서로를 보듬으며 다시 일어선다. 바로 그 순간 울려 퍼지는 노래는 관객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울리는 이 경험은 문화가 가진 본질적 힘, 곧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Golden>이 영화 속 감동을 넘어 실제 음악 차트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pop 여성 그룹 최초로 정상에 오른 기록을 세웠다. 애니메이션 OST가 세계 대중음악의 정점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감수성과 얼마나 밀접히 맞닿아 있는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Golden>은 시련 속에서도 존엄과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고 그것을 사랑할 때 비로소 본질적 힘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자기 긍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중적 해석은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집단적 차원의 역사적 기억과 개인 차원의 성장 이야기를 동시에 비춘다. 광복절이 상징하는바 역시 단순한 독립이 아니라,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의 이야기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긍정할 때 미래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 성찰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문화를 지켜냈다. 언어와 예술,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어진 정신은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김구 선생은 “나라의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며,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문화적 힘이야말로 진정한 국력이라 보았다. 오늘날 K-pop, 한국 영화,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현상은 바로 그 말씀이 현실로 드러난 모습이다. 실제로 외국 여행을 가보면 한국어 간판과 안내방송이 낯설지 않게 들리고, 거리에서 한국말이 쉽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는 한국문화가 더 이상 한 나라의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BTS의 음악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사회적 성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공유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는 한국 문화가 지닌 독창성이 새로운 감각을 주고, 보편적 정서가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케데헌의 <Golden>이 모든 관객에게 “당신은 여전히 빛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전하듯, 한국문화 역시 세계인에게 “우리의 이야기가 곧 당신의 이야기”라는 공감을 전한다. 이 공감은 한국적 유니크함에서 비롯되었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울림을 준다.
광복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미래를 묻는 날이다.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K-컬쳐의 힘은 김구 선생이 꿈꾸셨던 이상이자, 대한민국이 세계와 함께 나아갈 미래의 길이다. 문화는 총칼보다 오래 남고, 경제력보다 더 깊이 스며든다. 영화 커데헌과 그 주제곡이 보여준 감동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과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은 문화에 있으며, 그 힘이야말로 세계를 향해 빛을 전하는 가장 따뜻하고 강력한 힘이다.
장덕희 교수/위덕대 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