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시간은 결국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것이다.

입력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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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9304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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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났다. 자의든 타의든, 결혼, 육아, 건강, 삶의 전환점 앞에서 회사는 언제나 유연하지 못했다.

 

직장이라는 울타리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동시에 너무 딱딱했다. 한때는 일하는 시간이 곧 나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고, 주말도 반납했다. 일이라는 세계가 주는 성취감과 긴장, 그 안의 압박조차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이라는 무대가 내 인생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며, 시간에 대한 감각이 또렷해진다. 내 하루가 어디에 쓰이는지 돌아보게 된다.

 

일에 몰두하는 만큼 가정에는 온전히 닿지 못하는 아쉬움. 그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가 어릴 적 받았던 직업 교육은 단편적이었다. 삶의 방식이나 시간의 주도권 같은 본질적인 질문은 뒷전이었다.

 

점수에 맞춘 진학과 안정적인 직업을 쫓느라 정작 그 일이 내 삶에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달라질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예전엔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보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직업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업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인생의 가치와 시간, 관계의 방식까지 맞닿아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할지, 지나온 시간들을 바탕으로 옆으로 뻗어가야 할지 하루하루 흔들리는 마음속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여전히 헤매는 사람들,

 

잠시 멈춰선 채 가만히 주저앉은 사람들, 사실 나도 그렇다. 직업이 있다고 해서 덜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길 위에서 고민 중이다. 무언가를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혹은 이루는 중이든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그게 시간의 힘이다. 시간은 경험을 주고, 경험은 우리를 만든다.

 

김원각 시인의 달팽이의 생각에서 달팽이가 말했다.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어디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살아 만 있다면, 시간은 결국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 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 안에 있으니까.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살아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양유진/글로벌 서비스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