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경계, 생명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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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8385작성 : 밀교신문
"Who am I?"라는 질문은 수천 년 동안 철학적 사색의 중심에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책이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인류가 자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주제를 철학적이기보다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우리 인간은 약 30조에서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어마어마 숫자의 세포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우리 몸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몸은 단순히 인간 세포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의 10배가 넘는 수의 다른 생명체, 즉 미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 몸에서 단순히 기생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균 처리된 동물은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하거나, 일정 기간 내에 사망에 이르는 실험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소나 염소와 같은 초식동물은 풀만 먹지만, 장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이 풀을 분해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풀을 섭취해도 굶주림 죽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정신적 상태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자폐증, ADHD, 아토피 등은 위생과 청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 결과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인간의 몸은 그저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과 생명이 얽혀있는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인간에게서 유래되지 않은 이런 생물들도 다 포함하여야 할까? 아니면 건강하지 못하지만 순수한 인간 세포만을 나라고 해야 할까?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엄마가 임신했을 때 엄마의 세포가 태아에게 이동할뿐만 아니라, 태아의 세포도 엄마에게 전달된다. 태아세포는 엄마의 몸에서 자리잡아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 생명체 간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지, 그리고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가 ‘너’일까? 인간과 다른 생명체, 심지어 나와 너의 구분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경계는 사실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잣대일 뿐, 본질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의 커다란 네트워크의 일부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는 ‘무아’라는 개념을 통해 자아와 타자 간의 경계를 없애는 가르침을 전해왔다. 불교적 깨달음에서 말하는 무아는 자아가 고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님을 강조한다. 우리는 독립된 존재가 아닌, 수많은 생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고 살아간다. 결국, 생명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더 큰 연대와 공존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신용식/진선여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