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무상화(無常花)의 무진설법

입력 : 2024-10-30  | 수정 : 2024-10-30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s://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8381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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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지 않을 것 같던 더위의 기세가 결국 한바탕 뿌린 비로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이렇게 계절은 묵묵히 질서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지금 보정심인당은 꽃밭입니다. 복되게 살다 가신 믿는 형제들의 열반 49일 추선불사를 장엄하는 무상화가 심인당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소리, 이미지, 영상들을 보여주고 제일 끌리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진은 아기가 미소 짓고 있는 표정이고, 제일 좋아하는 소리는 아기가 꺄르르 웃는 소리라고 합니다. 반면에 사람들이 제일 보기 싫어하는 종류의 사진과 소리는 바로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죽음은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고 외면하고 싶은 주제이지만, 항상 우리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실존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죽음은 늘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살아가는 데 적지않이 큰 도움이 됩니다. 뇌가 죽음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우리는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오는 것이 죽음입니다. 그래서 그 가능성을 인정할 때 삶 속의 의미를 찾고 더 열심히 사는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생로병사... 우리는 모두 세상에 태어나, 나이가 들어 늙고 언젠가 병을 앓다 죽게 됩니다. 특히 불교에서 바라보는 생로병사의 일련의 과정은 당사자에게도, 가족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을 1인칭의 죽음인 <나의 죽음>, 2인칭의 죽음인 <너의 죽음>, 3인칭의 죽음인 <익명적인 타인의 죽음>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나의 죽음은 말 그대로 죽음이 나의 것이 된 상태를 말합니다. 태어났기에 인간은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나의 죽음을 연습하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유언장작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장기기증서약서 같은 것들을 미리 써두는 일입니다.

 

너의 죽음은 가까운 인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친정어머니가 90세가 넘은 나이에 별다른 병고 없이 복된 삶을 누리다 돌아가신 보살님의 상가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강도불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호상이시네요.”라고 위로의 말씀을 전하니 전수님 세상에 호상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하시며 어머니가 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빨리 가셔서 서운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다른 상갓집에 가도 호상이네요라는 위로는 삼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식 된 도리를 잘하신 것 같아 보여도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겠지요.

 

타인의 죽음은 자신과 큰 인연없는 남의 죽음을 뜻합니다. 죽음은 그저 뉴스 기사에만 오르내리는 남의 소식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각자에게 모두 하나씩 공평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죽음은 결국 우리의 것입니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자매, 자식, 친구, 도반, 반려동물 등의 죽음은 나에게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고 나에게도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를 통해 살아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가야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하루 다섯 번 죽음을 떠올리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부탄 속담이 있습니다

 

하루 열 번 이상 자성참회만 하면 탐진치는 물러가고 본심이 일어난다.”고 종조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 , 그들의 죽음을 통해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참회하고 감사하는 삶이 되길 서원해 봅니다.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