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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로 바라보고, 참회

밀교신문   
입력 :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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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 건너편 길게 늘어선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매서운 바람에도 꿋꿋하게 서 있다. 동네 어린이 공원 안에는 벌써 동백 꽃망울이 몽글몽글 탐스럽다. 겨울바람 못지않게 마음이 추운 요즈음, 계절은 묵묵히 본인들의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그래서 겨울에 피기 시작하는 동백은 어떻게 번식하는지 잠시 살펴보니 많은 꿀로써 새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향기는 나지 않는다. 모양이 없거나 향기만 좋은 꽃들은 이른 봄에 피어 벌과 나비 등을 유혹한다. 당연히 모양과 향이 좋은 장미 같은 꽃은 봄이 한창 무르익은 5월과 6월에 핀다. 그러나 꽃들은 각자의 생김새나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남의 특성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기를 선택하여 꽃을 피우고 자라난다. 아름다운 질서로 서로 상생하는 것이다. 어디 꽃만 그러한가! 아무 쓸모도 없어 보이는 지렁이도 땅을 기름지게 하여 곡식이 잘 자라게 한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혼자만 잘 살기 위해서 활동하는 존재는 없다. 본인의 성장이 남에게 도움이 되고 본인 또한 다른 존재의 성장으로 자란다. 그것은 서로 도와야만 다 잘 살 수 있다는 지혜를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 화합과 조화의 진리를 잘 모른다. 당장 나와 내 가족 또는 나에게 이익을 주는 것들에게만 잘하면 잘 사는 길인 줄 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 시기 달라이 라마 존자의 일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스촨성 구 티베트의 게릴라 대원들이 네팔로 도주하여 독립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때, 중국에서 네팔을 압박하여 게릴라들을 네팔에서 몰아내라고 하였다, 입장 난처했던 네팔은 달라이 라마 존자께 편지를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였다. 존자께서는 게릴라 대장에게 편지를 보내셨다. 내용을 요약하면 게릴라 대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고 중국인을 미워하지 말고 부처님 말씀대로 사는 불제자가 되라고 하셨다. 그 대장은 그 말씀을 따랐고 본인은 군인이기에 군인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명을 달리하였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는 노벨평화상을 받으실 때 수락 연설을 영어로 하신 다음 주최 측에 잠시 양해를 구한 후, 티베트말로 중국인을 절대로 미워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시며 그들도 행복을 원한다고 하셨다. 참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말씀이다. 나라를 무력으로 빼앗은 중국을 왜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을까? 법구경에 원망은 원망으로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 원망을 내려놓았을 때 원망은 사라진다라고 나와 있다. 중국을 원망하는 한 티베트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악연 또한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 존자는 인과를 보시고 그것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종조님께서도 실행론에서 가정에서는 부인이 내자이며 남편은 외정이 되고 국가에서는 종교가 내자이며 정치는 외정이 된다. 내자는 근본이 되고 평등이며 외정은 지말이며 차별이다.’ 불법은 체요 세간법은 그림자라. 체가 굽으면 그림자도 굽고, 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곧다.’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의 이 상황, 어디서부터 이 혼란한 사태를 수습할 것인가!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두 진영에서 보는 것, 말하는 것이 다 완전히 다르다. 세상 사람들은 올바름이 중요하지 않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다 보니, 다람쥐 쳇바퀴처럼 계속해서 한쪽이 망할 때까지 싸움이 끝이 나질 않는다. 그러면 한쪽만 승리하면 잘 해결된 것인가! 아마도 진 쪽은 다시 이기기 위해 또 싸움을 반복할 것이다. 지금 한국은 종교인까지 편이 나뉘어져 있다. 끝없은 아수라의 연속이다. 불제자들은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탐진치를 없애기를 서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해야 한다.

 

진각교전 기도의 의의에서도 불교 원래 이 세간과 떨어진 교() 아니므로 세간 만약 더러우면 이를 정화하는 것이 무릇 불교 본지므로 특히 우리 밀교에서 먼저 세간정화해야 되는 것을 연설하고.’ 세간법으로 나타난 우리 모두의 허물을 깊이 참회하며 바르게 나아가기 위해서 정진해야 할 시간이다

 

승수지 전수/항수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