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전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시 한번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특히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떡해”, “왜 고생만 하다가 갔어”, “보고 싶어 보고 싶어”라는 어머니의 절규, 세 살배기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 희생자의 사연 등 가슴 저미는 이야기는 국민의 슬픔으로 남아 있다.
이런 참사의 이면에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위로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아름다운 활동으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도움 되기를 기대한다. 5천명 이상의 자원봉사자 중에는 식사 지원, 안내, 환경 정화, 교통 정리 등을 돕는 이들과 더불어 최근에는 심리 상담 봉사자도 많다.
대형 사고에는 항상 원인 규명과 잘잘못을 따지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과 기체 결함 등이 거론된다. 사실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빠른 대응책 마련도 중요하다. 인명 사고의 경우에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노력과 더불어 유가족의 마음 건강을 살피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 원인 규명에 꼭 필요한 비행기록장치, 조종실 음성 기록장치에는 충돌 직전 4분간의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원인 규명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유가족들의 아픔 치유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우려된다.
당장 생계를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정신적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유가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정신건강을 헤아리는 전문가와 자원봉사자의 노력에 감사를 보낸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시절인연(時節因緣)’으로 아픔을 풀어내지 않아도 된다. 시절인연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불교의 인과응보설로 보면 사물은 인과법에 의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에는 종교적이건 학문적이건, 정신건강 의료진이나 심리상담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슬픔과 고통 속의 사람들에게 나쁜 인연은 끊고, 좋은 인연을 맺도록 시간과 인연의 고리가 되어 주는 고귀한 역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