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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호-감동교화! 새 시대, 새해를 열자

밀교신문   
입력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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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표방하며 동체대비를 말하지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지극히 관념적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불교의 역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의 역사이었지, 실천의 역사는 아니었다는 평가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법을 전하라는 부처님의 무진서원은 이 땅에서 아직 진행형이며, 진정한 의미의 전법교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불교는 소극적이다. ‘실천대신 관념을 앞세워 자비를 실천하는 데 옹색했다.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자비를 실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사업에 더 가깝다. 우리 불교가 사회를 변혁하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한 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불교의 대사회적 소극성은 개인적, 소아(小我)적 해탈만을 지향한 탓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불교의 소극성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지나칠 만큼 보수적으로 이해해 온 신행전통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불교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기대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불교가 이 세계에 대한 관념적 세계관으로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말법시대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적 문명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실천의 역할을 불교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교리와 교법을 공부해도 인격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수행이 아니요, 불교를 진정으로 믿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교리 이해를 수행의 척도로 여기지 않고, 불교가 일상적 삶의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불교에는 감동이 없다고 진단한다. 종교가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생명체로 말하면 생명이 없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 인간만이 아닌 모든 생명의 고통을 공감하고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성적 예민함의 복원이 감동 교화, 감동 수행의 첫걸음이다. 스스로 감동하고 가족과 이웃을 감동시켜서 교화하고 포교하자는 능원 통리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2대 집행부의 출범의 비전은 그래서 절박하다. 사람이 자산이라는 확신 아래 인재양성을 종무행정의 기준으로 삼고, 진각 3.5세대를 맞이한 안정적인 재원마련, 그리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종단미래의 포부는 여전히 간절하다.

새 시대와 을사년 새해를 견인하는 이러한 실천서원을 통해 모든 생명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법을 전하는 진각의 꿈을 이 땅에서 실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