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 1

입력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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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5336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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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2022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를 끝마치면서 교사와 학생들은 무더위 속에서 긴 여름방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나 가장 민감한 영역이 바로 평가이다. 그때마다 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원칙이다. 원칙대로 할 때 평가는 가장 공정해지고 교육은 온전해진다.

 

원칙의 사전적 의미는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이러한 규칙이나 법칙은 강제성을 띤다. 사회 기본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법 총칙에서는 모든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신뢰에 어긋나지 아니하도록 성의 있게 행동하여야 한다는 신의성실원칙(信義誠實原則)이라는 개념을 설정해 사회 구성원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원칙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행동 강령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원칙이 무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삼국지에 등장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생각해 보자. 가정(街亭) 전투 책임자로 임명(任命)된 뛰어난 장수 마속(馬謖)은 제갈량(諸葛亮)의 지시를 어기고 전투에 임하다 참패(慘敗)를 당한다. 이때 제갈량(諸葛亮)은 마속의 목을 베어 군기를 세운다. 제갈량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손무(孫武)가 전투에 항상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군율을 엄정하게 세웠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세상에 군율(軍律)이 무시된다면 적과의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읍참마속의 고사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원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이다. 제갈량은 대승적 가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역량 있는 장수 마속을 처단했던 것이다. 즉 원칙의 준수가 개인은 물론 조직의 존망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려 했던 것이다.

 

한적한 이면도로 횡단보도에 적색등이 켜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보는 사람도 없고 오가는 차도 없어 사고 날 일 없으니까 슬쩍 건너도 되겠지 하면서 건널 것인지, 아니면 녹색등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건널 것인지로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원칙과 융통성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이러한 예외 상황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여 무단횡단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융통성을 지나치게 발휘하다 보면 위기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 살면서 꼭 원칙만을 지키며 살 수 없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문제가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원칙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면 사회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 원칙을 지킨 사람에게 오히려 손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 적어도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길게 줄을 서도 내 차례가 온다는 믿음이 있을 때 새치기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곳이 학교든 전쟁터든 도로 위든 어디에서든지 간에.

 

방건희/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