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불공하면 날마다 좋은날

입력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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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30654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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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략 복합적인 종교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정사에서 택일(擇日) 같은 것을 할 때는 도교의 음양오행설을, 제사와 같은 관혼상제는 유교를, 풍습은 민간신앙을 따르며, 그리고 개인의 신앙은 불교 등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칭 불교신라고 하지만 완전한 불교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교화 일선에서 자주 만나는 질문은 택일입니다. 이사·개업·혼인 등등 좋은 날을 받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먼저 철학관 같은 곳에 가서 길일(吉日)을 잡아온 후에 심인당에 와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당 대종사님은 <진각교전>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유교는 일상생활 모든 일에 주로 역리를 택하여 조화를 쓰게 된 의타력이요, 불교는 구경에 자성이 청정하여 일체사리에 자심이 통달하게 되니 이것이 곧 자주력이 되는 것입니다.”
 
불교는 심법(心法)과 인연법(因緣法)이니 곧 자주력이 되는 것입니다. 심법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일체가 다 마음에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법이며, 인연법은 모든 것은 내가 인연지음에 있다는 것입니다.
 
불자라면 심법과 인연법을 따라야지 역리나 음양오행설과 유가법이나 민간신앙을 따라서야 되겠습니까. 적어도 심법과 인연법이 주(主)가 되고 역리나 음양오행법 등이 객(客)이 되어야지 주객이 바뀐다면 진실한 불자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운문선사의 <운문광록>에 나오는 ‘날마다 좋은날(日日是好日)’이라는 시구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날마다 좋은날’이라면 ‘해마다 좋은 해’도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매일 매일이 나무랄 데 없이 편안한 길일이기를 바라지만 만사가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일시호일', 나날이 좋은 날로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 범부중생들에게는 수입이 많은 날도 좋은 날이고, 남들에게 좋은 것을 얻은 날도 좋은 날이지요. 그러나 부처님의 관점에서는 이게 많이 다릅니다. 부처님께서는 베푼 것이 많은지 받은 것이 많은 것인지를 따져서 좋은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을 가리십니다. 그래서 내가 베푼 것이 많은 날은 복을 지은 날이 되고, 내가 받은 것이 많은 날은 복이 조금 소모된 날이 되는 겁니다. 물론 복을 지은 날은 좋은 날이 되겠지요. 그러니 운문 선사처럼 나날이 좋은 날로 만들고 싶다면 나날이 복을 짓도록 해야 합니다. 평소 성심성의껏 불공을 하고 복을 지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날이 다가오게 됩니다. 즉 좋은 인연을 지어야 좋은 날이 된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불교는 일시적인 욕망의 세계를 떠나 잘 사는 법 쪽으로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풍수지리나 길일을 택일하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됩니다. 풍수지리나 길일을 택일하는 것은 결국에는 잘 살기 위함인데,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많아야 진정으로 잘사는 것임을 깨닫는 다면 불교는 우리에게 세세생생 가장 중요한 보배가 될 겁니다.
 
겸호(兼好) 법사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길일이라도 악을 행하면 반드시 흉하고 악일(惡日)이라도 선을 행하면 반드시 길하다. 길흉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날에 달린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길일을 고르고 액일厄日은 피하지만, 좋은 날인가 나쁜 날인가는 마음이 어떠한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날짜에 달린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심법(心法)(일체유심조)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 있어 좋고/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바람 불어 좋으며/가을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있어 좋아라./우리네 마음 한가하면/그 시절이 바로 좋은 시절이로다.
 
옛 사람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매일 매일이 좋은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자연적 환경 속에서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발견해 안심입명安心立命)한다면 이것이 바로 ‘날마다 좋은 날’인 것입니다.
 
회당대종사님께서는 수승법(殊勝法)인 희사하고 염송하는 강도법(講度法)을 설하시어 강도하면 모든 날이 좋은 날이라고 법문하십니다. 또한 <실행론>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십니다.
 
“하루 중에 행복함은 새벽 불공함에 있고/칠 일 중에 행복함은 자성일에 빠짐없이/불공 정진함에 있고, 한 달 중에 행복함은/월초 불공함에 있고, 일 년 중에 행복함은/새해 불공함에 있고, 일평생에 행복함은/평생으로 변함없는 그 종지에 있느니라.”
 
이행정 전수/보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