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삼실칠존이야기- 17.금강소보살

입력 : 2018-10-23  | 수정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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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29947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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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거나 즐거울 때, 또는 우스울 때 나타나는 표정이나 소리를 웃음이라고 한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 것처럼 잘 웃는 사람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병에 걸린 사람도 웃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빨리 낫는다고 한다. 웃음이 병원치료보다 나은 이유는 웃을 때 체내에서 병균을 막아주는 항체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웃음은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스트레스, 긴장, 근심을 해소시키며 육체를 활기차게 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장수 비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많이 웃는 것이다. 생리학적으로 보아도 웃을 때 얼굴 근육을 가장 많이 움직이므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어느 신경정신과의사는 웃음은 전두엽이나 변연계같이 뇌의 특정 부위 한두 곳에서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여러 영역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뇌 속의 웃음회로에서 명령을 내려서 40개의 얼굴근육이 빚은 종합예술이 웃음이다.

또한 웃음은 우리에게 힘을 주어 어떤 고난도 극복할 능력을 주며, 상호간의 대화와 마음의 통로를 열어준다.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거나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말이 있듯이 웃음은 막힌 소통도 뚫리게 한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면 긍정적인 사고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행복하면 누구나 다 웃게 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자주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저절로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고 있는 셈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웃음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많은 동물 가운데에서 사람만 웃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동물의 경우 살아가는 데 웃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사람들은 남들을 웃게 하는 유머가 있는 것을 미덕의 한 가지로 여긴다고 하는 것처럼 웃음은 생리적인 현상을 넘어 심리적인 반응이고 문화적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웃음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여러 가지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 가운데에는 긍정적인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웃음은 비꼬는 웃음이며 이와 유사한 웃음으로 조소, 냉소가 있다. 헛웃음은 표정변화 없이 소리만 내는 웃음이고, 너털웃음은 소리를 지나치게 내는 웃음이다. 코로만 웃는 코웃음과 눈으로만 웃는 눈웃음은 얼굴 가운데 일부분을 사용하는 웃음이다. 웃음에 소리가 없으면 미소라 하고 크게 웃으면 대소라 하며 떠들썩하면 홍소라 하고, 갑작스럽게 크게 웃으면 폭소라 한다. 이보다 큰 것은 파안대소가 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웃음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웃음 중에는 파안대소가 가장 크다고 할 것인데 이보다 더 큰 웃음은 없을까? 큰 일을 성취한 자녀나 제자들을 보고 웃는 웃음은 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큰 웃음인 것은 분명하다. 이보다 더 큰 것은 자신과 인연관계가 있지 않더라도 모든 중생을 향한 자비방편의 입장에서 중생들이 어두운 번뇌에서 벗어나 광명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웃는 불보살의 웃음일 것이다.

불교에서 웃음에 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대중 앞에 말없이 들어보인 꽃을 보고 지은 마하가섭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이다.
어느 날 석가세존이 제자들을 영축산에 모아 놓고 설법을 하였다. 그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세존은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말없이 집어 들어 보였다. 다른 제자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 그제야 세존도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말했다. “나에게 정법안장과 열반묘심, 실상무상의 미묘법문이 있으니 이것을 너에게 전한다.” 이렇게 하여 불교의 진수는 가섭에게 전해졌다. 이심전심의 정점에서 스승과 제자가 마주하는 이 미소야말로 불교에서 전하는 가장 큰 웃음이라고 할 것이다.
부처님의 웃음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통일신라 때의 얼굴모양수막새[人面瓦]라고 하는 기와막새에 새겨져 있는 웃음을 신라의 미소라고 하며, 고구려 불상인 연가칠년명금동삼존불(延嘉七年銘金銅三尊佛)의 소박한 미소도 중생들을 향하여 있다. 서산 마애삼존불이 갖고 있는 온화하고 고졸한 미소를 백제의 미소라 하는데 최근에 일본인 소장자와 환수협상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7세기초로 추정되는 백제 금동관음상을 백제의 미소라 하는 이들도 많다.

불보살의 미소와 이에 화답하는 중생들의 웃음만큼 큰 웃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깨달음의 웃음이며 성취의 웃음이다. 밀교에서는 이러한 의미의 웃음 그 자체를 의인화하여 금강소보살이라 하였다.
'금강정경'에서 ‘일체여래의 큰 웃음’과 ‘크게 기쁜 웃음은 금강소’라고 표현하는 금강소보살은 다른 경전에서도 ‘허공의 웃음 보살’, ‘언제나 환희하는 보살’ 등이라 한다. 백팔명찬에서는 ‘금강미소ㆍ마하소ㆍ마하희유ㆍ환희를 생함ㆍ금강환희’라고 그 덕을 찬탄하며, 밀호는 ‘환희금강’이다. '금강정경'에 금강소보살의 출생을 밝힌 문단은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항상 환희하는 보살의 삼매로부터 출생한 보배로 가지한 금강삼마지에 드시었다. 이것을 일체여래의 환희삼매라 이름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나오자마자 저 덕을 갖춘 지금강자는 일체여래의 크게 웃는 모습을 이루고 출현하고 나서, 일체여래의 희유한 사업을 행한다. 일체여래의 신통과 유희로써 일체세계에 널리 시여하고 나서 저 환희의 성품은 금강살타의 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하게 합하여 한 몸이 되어 항상 환희하는 보살의 몸을 출생한다.”
항상 환희하는 보살의 몸이 일체여래의 환희삼매에서 출생한 것처럼 환희의 성품이 금강소보살의 내용이다. 그것은 여래의 입장에서 불법을 설하는 데에 환희하고, 기쁘게 미소하여 널리 유정을 제도하는 지혜, 그리고 중생의 입장에서 그러한 설법을 듣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부처님과 함께 하는 기쁨,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울려서 한 몸이 되어 금강소보살의 형상을 통하여 표현된 것이다.

'성위경'에서도 금강소보살의 웃음이라는 의미가 강조되어 설해진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소의 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이 삼마지지로부터 금강소인의 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성품이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은 중생들에게 평등한 무상보리의 수기를 수여한다. 돌아와서 한 몸에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하기 위하여 금강소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보생여래의 뒤 남쪽 월륜에 머문다.”

금강계만다라 남방월륜 가운데 보생여래의 뒤쪽에 머무는 금강소보살은 보생여래가 평등성지의 활동에 의해서 중생과 함께 비원을 이루고서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보살이다. '금강정경'에 ‘금강대소법에 상응하면 모든 부처와 함께 웃게 된다’고 하는 것처럼, 스스로 정진함에 따라 법열을 맛보고, 더 나아가 다른 이에게도 진리를 설하여 그들도 법열을 향유하게 하는 역할을 금강소보살이 수행한다. 이 보살의 덕을 나타내는 삼매야형은 두개의 삼고저를 겹친 사이에 입과 치아를 보이는 소저(笑杵)이다. '제불경계섭진실경'에는 금강소보살의 결인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양손으로 금강권을 하고 입의 좌우에 두고 세 번 미소하라. 먼저 주먹의 앞면으로 입의 좌우에 두어 미소하고 다음에 주먹의 등으로 입의 좌우에 두어 미소하라. 후에 주먹의 앞면을 입의 좌우에 두어 미소하라. 이와 같이 시방의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기쁨을 얻어 대안락을 받게 하라.”
이처럼 양손으로 금강권을 결하고, 솟아오르는 법열로 웃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앞에서 행했던 공덕취류 사보살의 각각 특색있는 역할을 종합하여 일단 마무리짓는 모습이다. 즉 보생여래의 관정공양을 다시 넷으로 나누어 중생 모두에게 무한한 가치를 베푸는 행의 마무리이다.

첫째로 금강보보살은 중생들에게 본래 갖추고 있는 보배와 같은 성품을 일깨우는 관정의 사업을 행하며, 수행의 덕을 쌓고 만 가지 공덕의 보배를 가지는 경지를 나타낸다. 이어서 지혜의 광명으로 뚜렷하게 모든 세계를 비추어야 함을 금강광보살이 상징한다. 더 나아가 수행의 덕을 깃발처럼 높이 들고 널리 일체에 베푸는 것을 금강당보살이 널리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이미 보시의 이익을 입었으면 서로 선우가 되어 모두가 법열에 잠기게 하는 것은 금강소보살의 경지이다.
중생들이 큰 안락을 받아 환희에 넘치게 하는 보생여래의 오묘한 작용의 완성을 금강소보살로 표현하였다. 그리하여 '약출염송경'에 ‘금강미소의 인계를 맺으면 속히 모든 부처님과 함께 웃게 된다’고 그 결인의 공덕이 찬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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