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가을로 가는 강의실

입력 :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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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29941
작성 : 밀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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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기숙사를 끼고 올라가는 교정은 붉은 색 단풍이 곱게 내려앉고 있다. 눈에 띄게 빨간 단풍은 더웠던 여름과 갑자기 불어 닥친 태풍이 남기고 간 선물인가 싶다. 같은 나무인데도 서있는 위치와 방향에 따라 붉은 색의 진한 정도가 다르고 물드는 속도도 다르다. 해마다 보는 단풍인데 어쩜 올해는 유난히 빨갛고 예쁘네, 매년 똑같은 감탄을 한다. 작년에 비해 올해 유난히 붉게 물든거야, 혼자말도 한다. 가을 목소리를 가진 이문세가 부르는 빨간 노을의 가사가 딱 들어맞는 다고 감탄을 하면서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가사도 빨간 단풍이라고 바꿔 부르면서 학교로 간다. 듣는 사람이 없으므로 있는대로 목청껏 소리지르고 꽥꽥 기침도 하면 어느새 학교에 도착한다. 가로수의 선명한 빨간색과 조금씩 진해지는 은행잎의 따스한 노란색은 우리 학교의 멋이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변해가는 단풍을 느끼고자 일부러 돌아서 후문을 통과하면서 학교로 간다. 캠퍼스의 봄과 가을은 꽃으로 단풍으로 계절을 알려주고 학생들을 살살 꼬셔서 교실 수업대신 야외 수업을 핑계로 나들이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미래설계코칭 시간에 실제로 안계댐에 다녀온 적도 있다. 갈 때는 신나서 댐까지 걸어가서 풍으로 물든 댐 주위를 보면서 마치 내가 학생들에게 준 선물인양 신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막상 돌아올 때는 아, 하고 속으로 후회했었다. 8명의 학생들과 걸어오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고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무겁게 학교로 돌아왔었다.

 

가로수의 단풍을 보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교시에 들어간 강의실은 썰렁한 기운이 확연하였다. 아지 10월인데. 아쉬운 마음에 아직 작동하지 않는 난방기의 스위치에 손을 대보면서 학생들에게 오늘 유난히 쌀쌀하네. 그치?’ 하며 동조를 구하곤 한다. 마치 이른 추위가 나이 탓이 아니라 계절 탓임을 강조하는 것처럼. 학생들은 아직도 따뜻한 이불속에 있는 듯한 얼굴 표정과 반쯤 감긴 눈으로 웃는다. 그러면 아직 수업할 준비가 안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손뼉을 치고 목소리 톤도 올려서 한번 더 말한다. ‘얘들아 어제 뭐했니? 또 밤새워 공부했니? 아니 공부로 밤새지 말란 말이야라고 유명 개그맨에 목소리도 흉내 내보기도 한다. 학생들 표정을 보면서 이건 웃길거야 라는 생각과 이거면 잠을 깰거야 하는 생각으로 싱거운 농담을 하면서 아침 1교시를 연다.  

 

집이 학교와 가깝고 이론수업이 많다보니 월요일과 수요일은 1교시 수업으로 시작한다. 나도 저때는 저랬지 하면서도 수업료가 얼만데 하는 마음으로 수업 중간 중간 손뼉도 짝짝치면서 목소리 이외의 소리를 들려 주곤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 내 수업 지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안절부절 하는 마음에 땀이 솓아 오르기도 한다. 이 수업은 국가고시에 나오는 과목인데 하면서 목소리를 한번 더 높인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들에게 그거 내놓고 학기말고사 끝나면 찾아가도록 해 라고 하거나 바구니에 핸드폰 모두 넣고 수업합시다 라고 협박을 하면 안되요 수업 내용 ppt 찍어야 해요하고 응답한다. 요즘은 교재대신 ppt를 찍어서 교재로 활용하기도 하고 또는 수업내용을 보충하고자 ppt를 찍어가는 기특한 학생들도 있어서 이방법도 실패하곤 한다. 이때는 강의실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학생을 호명해서 질문도 하고 옆으로 다가가서 어깨를 툭 건드리거나 이제 일어날까 하는 식으로 손을 얹어보기도 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1교시 수업은 진행하는 것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요리조리 장애물 피해가면서 도로주행하는 것과 흡사하다. 보통 3학점의 1주일에 3시간하는 수업은 1-2시간 또는 2-1시간으로 수업이 개설되고 2시간 연강 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있다. 이때 학생들은 1층의 카페로 가서 커피나 간단한 간식을 사와서 책상 위에 놓고 수업을 계속한다. 수업시간에 커피를 마시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케챱으로 버무린 간식이나 과자,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수업을 듣는 것은 도통 이해가 안된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이런 대학생들이 언제부터 강의실에서... 예의가 아니라고 해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애들아 냄새 풍기기 없기 나도 먹고 싶잖아 하면 교수님 이거 맛있어요 하면서 한 개를 내민다. 착한데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과 오늘도 함께 함고 있다.

 

이인숙 교수/위덕대학교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