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실행론으로 배우는 마음공부 54-십일희사 실천

입력 : 2018-04-16  | 수정 : 2018-04-16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27250
작성 : 편집부

“희사는 가난한 자보다 부유한 자가 하기 어렵다. 백 원, 천 원의 십일희사는 쉬워도 십만 원, 백만 원의 십일희사는 어렵다. 없을 때 적게는 도와주면서 크게 도울 일에는 돕지 않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 사람이다. 부자는 살림이 늘어도 수입의 십일희사를 한다. 상대방의 마음공부 햇수에 따라 백분의 삼, 백분의 오로 점차 나아가 백분의 십인 십일희사법을 주어야 한다.”(실행론 제3편 제8장 제5절 가)

수익을 나누라

사장을 공모한다는 광고를 한지 열흘이 지났다. 마침내 지원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테스트를 하는 날이 다가왔다.

소문난 재력가인 사업가는 그 이전에 새로운 사업 구상을 마치고 사업체를 출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사업가인 만큼 자금은 충분했다. 유명한 대학 연구소와 합작으로 개발한 아이디어도 멋졌다.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으리만큼 완벽해 보이는 발명품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학 연구소에서 이미 특허까지 획득해 두었을 정도로 참신성에 사업성까지 보장된 것이다. 제품이 생산돼서 상품으로 출시만 된다면 미래 첨단산업의 꽃이라는 이름으로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치켜세우며 연일 대대적인 보도를 해줄 것이 분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돈을 들여서 광고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홍보를 해줄 조력자까지 확보해 놓은 셈이었다. 앉아서 돈을 버는 것은 떼어 놓은 당상이요, 시간문제일 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사업의 전반적인 것을 믿고 맡길 사람을 여기저기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사장의 직책을 수행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입에 맞는 떡을 찾기가 어렵듯이 열흘이 지나도 ‘이 사람이다’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인물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만큼은 직접 채용하려고 했다. 사업가가 평생 동안 지켜온 소신이자 원칙이었다. 사람이 전부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어떤 경우라도 변할 수 없는 그만의 철학이기까지 했다. 사업을 구상하다가 도중에 접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에 관해서만은 철두철미했다. 그래서 한 치의 양보는커녕 스스로도 타협이 없고,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일이었다. 한 번 믿으면 영원히 믿고 맡기는 사업가의 인간관을 엿볼 수 있는 점이다.

벌써 여러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인재 찾아 삼천리가 아니라 사람 구해 세계 방방곡곡 하는 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마땅한 이가 찾아지지 않았다. 어쩌다가 헤더헌터들 간에 흘러 다니는 소문을 듣고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전화로 직접 문의하는 등의 접근을 시도해오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다.

사업가가 찾는 인재의 조건은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 발로 사업가를 찾아오거나 전화 통화를 시도해서 채용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스스로를 포장해서 스펙을 자랑하는 치들은 단박에 퇴짜였다. 소설 한 권 분량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자기소개서를 들고 찾아왔던 한 구직자는 말 한 마디도 꺼내보지 못한 채 사업가가 내젓는 손사래에 기가 죽어 그대로 되돌아서기도 했다. 이처럼 사업가 앞에 한 번이라도 서 보았거나 이력서를 디밀어 보았던 이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결코 불만스러워 하거나 비난의 말이 아니었다. 마법이 있다면 그 같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라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게 사업가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되고, 어떤 힘에 짓눌린 듯 그의 입과 눈빛, 손짓만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가 신적인 존재는 아닐까, 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그의 밑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돈은 한 푼 안 받아도 좋다며 울먹이는 투로 매달리는 치들도 간혹 보였다.  

갖은 방법으로 사람 찾기에 골몰하던 사업가는 급기야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써보기로 작정하고는 구인구직사이트에 광고를 냈다. 구인난을 찾아 그것도 직접 작성해서 게재했다. 회사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사장을 찾습니다’라는 문장 아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단 한 문장을 덧붙여 두 문장만 썼다. 조건은 딱 한 가지였다. 전체 급여 십분의 일을 다른 사람이나 처소에 회향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채용방법에 있어서는 아주 자세하게 설명조로 길게 늘여놓았다. 그렇지만 요점은 지원을 한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단계별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었다.

광고가 사이트에 올라가자마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먼저 지원서를 내겠다는 다툼의 글도 있었다. 돈을 줬다가 빼앗아 가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가장한 회사가 아닌가 하면서 의심스러워하는 글을 게재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였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 아니겠느냐며 지원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구직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댓글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원희망자들이 늘어날 것 같은 여운을 주었다. 20, 30대라서 사장직에 지원하기는 아무래도 좀 그렇다면서 아쉬워하는 댓글을 다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지원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당에는 12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회사를 의심하는 분위기처럼 컸다. 사장직이라는, 조건 아닌 직위가 걸려 있었던 채용광고였던 만큼 테스트를 치루기에 벅찰 정도의 인원이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사업가는 이내 테스트에 착수하기로 하고 방법을 설명했다.

1단계는 통합테스트였다. 120명 전원에게 10만 원을 지급하는데 30분 내에 스스로 선택하거나 지정한 사람 또는 기관에 십분의 일인 1만 원을 기부하고 강당에 다시 모이는 과제였다. 고양이 앞에 생선을 던져주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10만 원을 거머쥐고 바람 같이 사라져버렸다. 30분 내에 강당으로 되돌아 와서 9만 원을 반납하며 기부한 동영상을 제시한 지원자는 이십여 명에 불과했다.

2단계는 그룹테스트였다. 이십여 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서 그 중 한 명의 진행자에게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금액을 몰아줘서 기부하는 방식을 통보했다. 한 명당 지급한 금액은 100만 원으로 올렸다. 2단계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1시간 내에 강당으로 돌아온 그룹은 한 그룹뿐이었다. 모두 다섯 명이다. 세 그룹에 속했던 지원자들은 100만 원씩 들고 보무도 당당하고 마음도 여유롭게 뒤돌아보지 않고 강당을 훌쩍 떠나버렸다.

3단계는 개별테스트였다. 2단계에서 기부하고 남은 90만 원은 반납하도록 하고 지금까지 생존한 것에 대한 격려와 고마움의 표시로 100만 원을 상금으로 주었다. 그리고는 점심값으로 1만 원을 더 얹어 주면서 스스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1시까지 강당으로 모여 달라는 주문만 했다. 어찌 보면 테스트 같지 않은 테스트였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4단계는 면접테스트였다. 사업가는 한 사람씩 다른 곳으로 불러서 면담형식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상금 100만 원을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 공통된 질문이었다. 네 사람은 사용처가 명확했다.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면서 큰돈을 상금으로 주어서 고맙다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채용만 해준다면 누구 못잖게 열심히 해서 반드시 은혜를 갚고 회사에 기여하는 인물이 되겠다고 장황하게 열변을 토하기까지 했다. 한 사람은 달랐다. 100만 원에 대한 용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선 한 가지 정해진 것이 있다면 십분의 이를 떼어서 사업가가 보여 준대로 하겠다고 했다. 상금이니만큼 십분의 일을 떼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알았다고 했다. 채용조건에 있는 행동방침이기는 하지만…….”

사업가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커다란 그의 두 눈이 맑고 밝게 빛나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정유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