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신문

이름 불리워 진다 는 것

입력 : 2012-12-27  | 수정 : 2012-12-27

뉴스 원문 정보
원문 : http://milgyonews.net/news/detail.php?wr_id=16405
작성 : 편집부

오늘은 양동마을을 다녀왔다.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다.
강연에 앞서 마을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물관 강당에 들어섰다. 무슨 말을 할까. 몇 가지를 생각해 온 것은 있었지만,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강단에 올라서서 내 소개를 하는 순간, 학생들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던 시구(詩句)처럼,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몸짓이라는 무의미한 존재를 꽃이라는 의미로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고귀한 행위이다.

무의미한 존재를 의미로운 존재로 만들어 주는 이름, 양동의 고택엔 모두 이름이 있다. 동방18현이신 우재 손중돈 선생과 회재 이언적 선생이 나신 곳인 서백당(書百堂)은 '참을 인(忍)자를 백 번 쓰겠다'는 주인의 생각이 담겨 있고, 회재 선생의 손자이신 이의윤 공이 태어나고 사셨던 곳인 무첨당(無 堂)은 24살에 학문에 뜻을 두면서 '조상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겠다'던 선생의 다짐이 담겨 있다.

실제 무첨당은 34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지만, '무첨'이라는 호에 걸 맞는 삶을 사시기 위해 노력했다. 무첨당 선생이 지은 시에 "글을 보다가 갑자기 졸음에 빠졌으니, 성인이 썩은 나무라고 꾸짖을까 두렵다"는 구절은 늘 조심하는 삶을 살았던 선생의 모습이 역력하다.

이름은 불리워 지기도 하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부르고 불리워 지는 이름자 사이에 담겨 있는 여러 의미들을 새겨보아야 할 것 같다. 올해도 벌써 끄트머리다. 새로운 한해를 맞는 사이에 서있다. 나에게 주어진 이름에 걸 맞는 삶을 살아야겠다.

위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신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