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심칠존이야기- 14.금강보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8-04-10  | 수정 :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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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가 보배와 같음을 일깨워주는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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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명 일체여래 공덕취”란 보생여래를 주존으로 하는 네 보살에게 귀명한다는 말이다. 공덕취에 속하는 보살들은 모두가 보생여래의 복덕의 활동을 분담하고 있으며 재보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삼십칠존출생의'에서는 일체여래의 절대적인 장엄에서 금강보보살을 생하고, 일체여래의 매우 위덕있는 빛에서 금강광보살을 생하며, 일체여래의 크나큰 원만에서 금강당보살을 생하고, 일체여래의 대환희에서 금강소보살을 생하여 남방 보배광명의 공덕세계를 이루어 일체여래의 머무는 바 없는 보시바라밀을 성취한다고 한다.

 

그 첫 번째가 금강보보살이다. 금강보보살은 '금강정경'에서 ‘일체여래의 대관정의 보배’와 ‘성스러운 허공장의 금강보’로 표현된다. 수행의 선업인 만행을 닦아 불도 수행자에게 만행의 공덕을 보이면서 걸림이 없는 보시바라밀을 행하게 하되, 그 하고자 하는대로 한다하여 ‘여의금강’이라 하며, 두터운 복업을 짓게 하니 그 크기가 마치 허공과 같다하여 ‘허공장보살’이라고도 한다. 백팔명찬에서 ‘묘금강·의금강·금강허공·마하마니·허공장·금강부요·금강장’ 등의 명칭으로 그 덕이 찬탄된다. '금강정경'에서 이 보살의 출생을 밝힌 문단은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허공장대보살삼매에서 출생한 보배로 가지한 금강삼마지에 들어가시니 이것을 일체여래관정삼매라 이름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는 가지한 바의 일체허공계에서 세존 대비로자나여래심에 섞여 들어가 뛰어나게 두루 수행하는 까닭에, 금강살타삼마지의 태장으로 이루어진 바의 일체허공계 가운데에 대금강보의 형상 등을 출현하여 일체여래의 신통과 유희로써 일체세계에 널리 시여하니, 저 일체허공계성이 출생한다. 금강살타의 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한 까닭에 합하여 한 몸이 되어 허공장대보살의 몸을 출생한다.”

 

허공장대보살삼매에서 일체여래의 관정삼매를 출생하고 이로부터 전전하여 허공장대보살의 몸이 출생하게 된다. 즉 보생불의 변화는 곧 허공장보살이며, 일체여래의 관정의 지혜창고는 허공장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허공장보살경'에 의하면 허공장보살은 큰 위신력으로 사바세계를 정토로 변하게 하고, 일체 대중의 두 손에 여의마니를 주어 갖가지의 보물을 비처럼 뿌리고, 병을 제거하고 복을 얻게 하기 위하여 모든 다라니를 설하며, 이 보살을 생각하면 큰 힘을 얻어 모든 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이취석'에서는 ‘허공장보살은 일체여래의 진여와 모래알처럼 많은 공덕과 복과 자량의 쌓임을 나타낸다. 허공장보살의 행을 닦음으로 해서 네 종류의 보시를 행하는데 삼륜청정한 것이 마치 허공과도 같다’고 한다. 그야말로 우주를 모두 함장하고 무량한 복덕과 지혜를 갖추며 언제나 중생에게 베풀어서 모든 원을 성취시키는 보살이다. 

 

이 보살의 몸은 일체허공계의 성품을 그 바탕으로 삼는다. 일체를 수용할 수 있는 허공과 같은 덕을 의인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허공장보살은 금강계만다라에 등장하기 이전에 태장만다라에서 허공장원의 주존이며, 석가원에서는 석가의 오른쪽에 위치되어 있다. 그리고 '허공장보살능만청원최승심다라니구문지법'에서는 허공장보살을 중심으로 하는 허공장구문지법이라는 밀교독특의 수행법이 설해져 있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밀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이다.  이 보살은 금강계만다라에서 금강의 명칭을 받고 허공장보살의 성격을 이어받아 모든 존재가 보배와 같음을 일깨워주는 금강보보살로 활동한다.

 

세상에서 아무리 재산이 많은 갑부라 하여도 저 허공을 보배로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허공이란 저 무한한 하늘을 의미하며 허공장이란 저 하늘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이 보배이기에 허공 전체를 창고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 눈에는 산과 강과 들판이고 건물이며,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온갖 식물, 동물들과 사람들로 보여서 무수한 차별이 있을 뿐이지만 여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 모든 것들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배라는 말이다. 보배라고 하는 세간에서 그 가치를 높이 사는 사물로 세상 모든 중생들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였으나, 정작 그 가치를 찾고자 하여 중생들을 자세히 보아도 찾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중생의 성품은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마음도 공하고 부처의 성품도 텅 비어 있다. 원래 텅 비어 있으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아무런 성격도 지니고 있지 않기에 무한한 성품으로 전개되어 갈 수 있는 것이 중생의 성품이다. 부처의 성품도 마찬가지이기에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중생이 성불할 가능성이 있음을 여래장이라 부른다. 여래장이란 공사상이라는 기본적 토대 위에서 성립한 사상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설파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을 고무시키고자 설해진 것으로 이것이 허공장보살, 즉 금강보보살이 드러내고자 하는 보배와 같은 가치이다. 

 

이러한 내용을 '금강정경'에서는 ‘금강살타삼마지의 태장으로 이루어진 바의 일체허공계’라고 하였다. 태장이란 여래장의 다른 말이다. 태장이란 바로 어머니의 사랑에 의해 아이가 잉태되어 길러지는 것처럼 여래의 대비로 인해 보리심을 발하고 삼밀의 수행을 통하여 구경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태장으로 표현된 밀교의 여래장은 일체개공이어서 번뇌가 공하며 중생 모두의 성불 가능성을 확인하는 본래적인 입장보다는 혼탁한 번뇌를 제거한다는 작용성에 중점을 두면서 설해지고 있다. 그 작용이 가지라고 하는 것이며, 삼밀이라고 하는 구체적 행법이다. 여래의 이성은 일체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면서 대비로 말미암아 길러지는 것이 마치 태아가 모태 안에 있는 것이나 연꽃의 씨앗이 꽃 속에 숨겨져 있는 것과 같으므로 이러한 비유로 태장을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금강정경계통의 경전에서는 허공장보살을 ‘금강태보살’이라고도 하며, '성위경'에는 금강보보살이 중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여래장을 깨우치게 하는 계기로 관정을 들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보관정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보관정삼마지지로부터 금강보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의 정수리에 뿌려서, 보살의 불퇴전의 직위를 획득케하며, 돌아와 한 몸으로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 하기 위하여 금강보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보생여래의 앞 월륜에 머문다.”

 

이처럼 금강보보살은 보시바라밀을 완성시키는 남방 보생여래의 앞에 머물면서 허공처럼 무한한 복덕과 지혜의 두가지 덕을 갖추고 일체의 중생으로 하여금 본래 지니고 있는 최고의 보배와 같은 덕성을 스스로 자각하도록 금강보의 광명을 두루 유출한다. 겉으로는 발보리심의 생활을 하고 수행의 덕을 쌓아가는 수행자에게 일체의 재보를 시여하는 보살이지만, 그 보배는 세간적인 보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보배란 '제불경계섭진실경'에 ‘지금 나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과 중생을 관정한다’고 하는 것처럼, 관정에 의해 중생이 스스로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본래의 보배인 성불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더 나아가 그 보배의 성품을 육성시켜 성불에 이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정경'에 ‘보금강인을 결함으로 말미암아 곧 부처님으로부터 뛰어난 관정을 받는다’고 하며, '약출염송경'에는 ‘대금강보의 인계를 결함으로 말미암아 모든 천인사로 하여금 그들에게 관정한다’고 하는데, 비로자나불로부터 수여되는 관정은 밀교의 수행을 허락하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는 스스로가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관정이란 여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출발이라고 볼 수 있으며, 결국 스스로도 여래의 경지에 이르며 이 경지에 이르도록 일체에게 관정을 시여하는 것이 금강보보살의 역할이다. 

 

이 보살의 삼매야형은 광염이 있는 보배구슬이며, 금강계만다라 성신회의 존상은 왼손으로 여원인을 하고 오른손은 보배를 받드는 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양회의 상은 연화 위에 보배를 얹은 연줄기를 양손으로 쥐고 있는데, 이들 존형과 삼매야형 등은 금강보보살이 담당하는 역할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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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보보살

 

김영덕 교수/ 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