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청정법신의 경지란 어떤 것인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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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중에서 가장 빠른 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주말이랍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네요. 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할 말은 다 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끼고 희망을 찾게 된 건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이 말만 앞세우는 건 좋지 않습니다. 특히 평소에 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이간과 양설을 일삼는 우리의 허물을 돌아봐야 해요. 이러한 구업은 고스란히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비방하는 이들을 감수해야 하는 과보를 가져옵니다. 또 그들이 이미 나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는 과보를 초래하게 돼요.

 

별것 아닌 일로 말 한마디를 잘못 해서 집안 식구, 친척끼리 서먹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시어머니가 어쩌다 한번 음식을 해 주시는데 그 음식을 먹다가 며느리가 좀 싱겁네요.” 이러면, 옆에서 듣던 아들은 그걸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기 일쑤입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싱거우면 소금 좀 탈까?” 이러면 될 일을, “짜게 먹어서 좋을 거 없다더라.”하며 살짝 언성이 높아지잖아요. 절대 비난하는 게 아닌데도 일단 칭찬은 아니고 보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으신 거예요.

 

이렇듯 우리는 대수롭지 않은 말로 인해 종종 기분이 언짢아지곤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평소에 말을 너무 많이 합니다. 그리고 너무 바쁩니다. 때론 말이란 우리에게 공허함을 안겨 줍니다. 어느 인디언 추장이 말 많은 문명인들을 비판하며 이런 얘기를 남겼어요.

 

문명인들은 뭐든지 글로 기록하며, 그래서 항상 종이를 갖고 다닌다. 그들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워싱턴에는 그들이 우리 인디언들에게 했던 약속을 기록한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들 중 누구 하나 그걸 기억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디언은 종이에 기록할 필요가 없다. 진실이 담긴 말은 그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기억된다. 인디언은 결코 그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그러나 문명인들의 경우는 일단 서류를 잊어버렸다 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말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원시 문명이 미개하다고 비난할 줄만 알지만, 그네들에 비하면 문명인들은 말만 늘어놓고 아름다운 언어에 매혹되기만 할 뿐, 좀처럼 약속을 지키지도, 또 실천하지도 않잖아요. 어쩌면 말할 자격이 없는 이들이 너무도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물질 시대, 오탁악세 시대의 특징일는지도 몰라요.

 

어떤 사람이 성당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눈을 감고 앉아 있었습니다. 신부님이 다가가서 물었어요.

 

선생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그분께 어떤 기도를 하셨습니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럼, 그분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그분 역시 가만히 듣고만 계셨습니다.”

 

진실한 기도나 염송은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원초적인 마음으로, 본심으로 이뤄지는 거겠지요. 태초에 말씀이 있기 전에 먼저 침묵이 있었던 걸 알아야 해요. 그런데도 우리는 고요히 생각하는 것, 침묵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잠시라도 말이 없으면 서먹하고 어색해하는 게 바로 우리 중생이거든요. 이러한 중생의 경계를 벗어난 청정법신의 경지란 어떠한 것인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자성이 청정함이 곧 청정법신이다. 자기 심성 이외에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외도(外道)이다. 항상 자기 심성 가운데 착하지 못한 마음, 질투하는 마음, 교만한 마음, 다섯 가지 나[]라고 하는 마음, 광망(狂妄)한 마음, 삿된 마음 등이 모두 없고, 항상 자기 허물을 살피고 남의 호오장단(好惡長短)과 시비를 말하지 않으며 마음이 본래 청정하여 한 물건도 없이 유무가 다 비어짐이 청정법신이다.”(‘실행론’ 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