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시 월드(?) 트러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나요?

밀교신문   
입력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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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살님이 주말에 아들네 가서 우연히 냉장고를 봤는데 생수병, 음료수, 맥주밖에 없고 쌀통도 텅텅 비어있는데, 라면 봉지는 쓰레기통에 잔뜩 쌓여있더랍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을 냉장고를 봐 버렸으니 속으로 별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주중엔 바빠서 그렇다 쳐도 주말에는 밥 한 끼 정도 해먹을 수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부터 해서……. 때마침 아들 혼자 놔두고 친구들 만나러 외출한 며느리에게 서운하고 아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맞벌이기도 하고, 꼭 여자가 밥하란 법 없고 남자도 알아서 챙겨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아들 내외 사는 모습을 보니까 한숨이 나오더라는 거지요. 섭섭한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저녁 늦게 돌아온 며느리에게 반찬 좀 해다 줄까?” 하니 며느리가 하는 말이, “저희 일주일에 집에서 밥 한번 먹을까 말까예요.” 그러는데, 이쯤 되니 슬슬 부예가 나서 진심 나기 전에 서둘러 집을 떠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며느리도 평소에 시어머니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원망심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결혼 후 처음 크리스마스를 맞았을 때 일이랍니다. 맞벌이 부부라서 서로 일 마치고 미리 예매했던 영화를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하필 시아버님이 갑자기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혼자 계신 시어머니가 외로우실까 봐 영화 보는 걸 취소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오시라고 해서 모시고 집 근처 식당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했대요. 신혼인데도 남편과 둘이 데이트도 못 하고 영화도 취소한 게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시어머니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차츰 마음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되려 짜증스러웠던 마음을 참회하게 되더라는 거지요. 그런데 남편이 술을 조금 마시는 바람에 운전을 못 하니 택시를 잡아서 시어머님을 태워드리며 용돈 오만 원을 쥐어드렸대요. 거리로 따지면 5~6천 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연말이기도 하고 해서 조금 더 드렸다는 거예요.

 

식당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도 채 안 되었는데, 남편과 이 보살님은 집에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간식거리를 조금 사서 집에 오자마자 영화를 다운받아 보자며 뭐가 재밌지?” 하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시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잘 도착했는지 걱정도 안 되더냐?”며 역정을 내시면서 막 우시더라는 거예요. 이 보살님 입장에서는 시댁 다녀오면 매번 전화를 드렸었고 그날 역시 전화를 드릴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 타이밍을 놓쳤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우실 일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고, 본인도 잘해드리고 핀잔을 받으니 섭섭한 마음이 더 크게 들더라는 겁니다. 그 바람에 기분이 안 좋아져서 남편과도 보기로 한 영화를 안 보고 그냥 잠이나 자자며 그렇게 결혼 첫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대요. 그런데 문제는, 크리스마스가 지나서도 아직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시어머님이 며느리 전화 수신 거부를 해 놓으시고는 보살님 전화는 안 받고 남편 전화만 받으시더라는 겁니다. 이럴 때 시어머님을 다시 안 볼 수도 없고, 며느리 입장에서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잘못을 했으면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면 되는데, 크게 잘못 한 게 없는 것 같은데도 질책을 받으면 그 섭섭함을 어떻게 해소할 길이 없거든요.

 

진리로 보고, 당체로 보면 모든 것은 인과법입니다. 시어머니의 얄궂은 행동은 결국 며느리가 살펴볼 참회거리가 되고, 며느리가 보인 허물은 시어머니가 돌아봐야 할 참회거리가 되는 거예요. 이럴 땐 우선은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참회해야 합니다. 누구나 다 원하는 게 있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또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이건 좀 이랬으면, 저건 좀 저랬으면, 사소한 일이지만 늘 바라는 게 많습니다. 상대를 탓하고 바라는 마음이 일어날 때 어떻게 서원하고 정진하면 좋을지, 진각성존 회당대종사의 말씀에 귀 기울여 봅니다.

가정이 평안하지 않은 원인이 나에게 있는 줄 모르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미루고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있다고 한다. 수족(手足)이 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하자면 몸 전체를 바르게 해야 한다.” (실행론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