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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사상과 수행법 대중에게 알릴 필요성 느껴

밀교신문   
입력 :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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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불적답사 일정으로 45일 정도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일주일이 넘는(78) 일정으로 중국 현지에서 중국 불교 수행을 체험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번 한국 수행체험단은 10여 개 종단 스님들과 정사님들로 구성이 되었고, 종단협 직원과 기자를 포함해서 총 28명이었다.

 

두 시간이 걸려 도착한 중국 남경. 염려보다는 별 일없이 간단히 입국 수속을 마쳤고 몇 년 만에 찾은 중국은 그동안 또 많은 변화가 있어 보였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중국은 일 년 만에도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지역마다 격차가 크기는 하겠지만 상해나 항주처럼 부유층이 사는 도시는 이미 생활 속 모든 상황이 디지털화되었다고 현지 가이드가 귀띔한다. 실제로 고급 휴게소 화장실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 화장지가 나오는 기계에서 화장지를 도저히 손으로 뽑을 수 없어 이유를 물었더니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기계에 표시된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앱을 통해 해독해야만 휴지가 나오는 것이었다. 쇼핑센터도 마찬가지라 한다. 현금 결제는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고, 얼굴 인식만으로 결재가 가능하도록 자동화되었다는 사실에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꼈다. 언제부터 중국이 이랬냐고.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중국이 뒤늦게 선진화된 만큼 빨리 다른 선진국들을 따라잡고 싶은 조바심으로 이렇게 시스템화하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도 너무 오버스럽다. 아직 적응 안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중국불교협회부비서장 푸정 스님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와 우리 일행을 환대하였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버스에 올라 앞으로 경험할 수행체험을 치를 장소인 강소성 상주시 천녕선사로 향했다.

 

천녕선사는 중국 동남 제1로 불리며 북송 시대 휘종 황제가 강남에서 으뜸가는 절로 간주해 천녕사란 이름을 내렸으며 서기 901년 경에 창건 후 1,300년 이란 세월 동안 수많은 난을 겪었고 태평천국의 난때 거의 폐허가 되었다가 청나라 대에 가서야 다시 중건된 사찰이다.

 

이번 수행체험단을 맞이하는 환영회에서 푸정 스님은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특별히 수행환경 개선을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수행체험 초창기 시절에는 수행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었지, 환경에는 그다지 배려가 없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그 시기에는 한중간 서로 교류하면서 어떻게 하면 힘든 수행을 서로 맛보게 할까에만 치중한 느낌이었다고 솔직히 꼬집기도 했다. 선방에서 10시간 좌선이라든지 취침도 별도의 공간이 아닌 선방 한가운데 매트를 깔고 자게 한다든지 해서 대접이 시원찮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해 중국도 똑같이 맞대응에 나섰는데 한국방문단에게 8시간 독경만 시키는 등 제대로 보답을 해주었다면서 너스레를 떨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래서 근래에 들어서는 방문단끼리 서로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환경에서 부담없이 수행체험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첫날 하루 저녁을 천녕선사 방장 쿼천 스님의 배려로 인근 호텔에서 묵게 되었는데 숙소 위치는 비교적 상주 시내였으며 천녕선사와는 바로 인접한 거리였다. 도심 속에 중국 동남 제1의 사찰이 위치한다는 게 참으로 생소하다면 생소한 느낌이었다. 천녕사에는 153.79m에 해당되는 높이의 13층 천녕보탑이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상주 시내 어디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우뚝 솟아있었다. 마치 중국 불교의 자부심을 표출하듯이 말이다.

 

하룻밤을 인근 숙소에서 잘 보내고 다음 날 새벽에 수행체험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바로 아침 예불 동참이다. 한국수행체험단 일동은 오전 5시경에 숙소를 출발해 행렬을 이루어서 천녕선사로 향했다. 상주의 새벽 공기가 안개 속에서 아직은 잠들어 있는 느낌 속에서 우리 체험단 일행 25명은 위의를 갖추어 행렬을 이루고, 서서히 상주 시내를 가로질러 153m 높이의 13층 천녕보탑이 우뚝 솟은 천녕선사로 향하였다.

 

천녕선사에서 시작한 아침예불은 중국 현지 불교 방식대로 진행되어 한국과 비교해보면 분위기라든지 순서가 모두 이색적이었다. 우선 특이한 점이라면 중국 스님들의 낭송 소리인데 마치 노래 부르듯이 일제히 음을 올려서 끌고 간다는 느낌이었다. 오분향례를 시작으로 행렬을 이루어 각자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능엄주력을 합송하고 아미타불 정근을 하며 축원으로 마무리되는 순서였다. 예불 도중에 서로 마주보며 낭송하기도 하고 삼배 올리기도 하고 법당 마당으로 나가 원을 그리며 돌면서 정근을 하기도 하였는데, 비록 두 나라 간 예불 방식은 달라도 부처님을 향해 귀의하는 마음만은 하나임을 공감하는 경험이 되었다.

 

예불 다음 일정으로 오전에는 입제식이 있었고 이어진 오후 일정은 중국 스님들의 불교 강좌로 이어졌다. 오조사 방장 정츠 스님은 친근한 인상이었는데 빔프로젝터를 활용해가며 중국 선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소성 불교협회 부회장 운딩 스님은 올바른 신앙과 식견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는데, 인연과를 바로 이해해야 올바른 신앙과 정견을 가질 수 있다며 역설했다. 율장사찰 보화사 방장 신핑 스님도 계율 자체가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악업으로부터 지켜내고 보호하는 순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알고 보면 중국 스님들의 사고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구도하는 마음가짐과 공부하는 방향 등에 관한 관점에서는 공감대마저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고뇌하고 연구하는 것 역시 중국 스님들도 그동안 똑같이 고뇌하고 연구해오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이렇게 2일 차 일정도 마무리되고 3일 차가 되자 인근 사찰 순례로 이어진다. 말이 인근이지 보통 차량으로 2~3시간 이동해야 하는 거리였다. 중국에서 2시간 거리라면 잠깐 마실 나갈 정도로 여기고, 적어도 7~8시간 이상이 되는 거리라야 좀 가는구나라고 여긴다고 한다. 정말 중국이 넓기는 넓구나 하면서 인근(?)에 위치한 무석시의 상부사로 이동했다.

 

강소성 무석시 남쪽 소영산에 위치한 상부사는 천녕사와는 형제 사찰로 영산대불과 영산범궁으로도 유명한 중국 강소성의 대표적 사찰이다. 이 일대의 총면적이 9만여 평에 이르며,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88m의 영산대불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영산대불은 중국불교 중흥의 역할을 해온 조박초 전 불교협회장의 주도로 근래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대불의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부처님 발가락 크기가 어른 키보다도 높으며 중국 5대 대불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규모라 한다. 부처님 발가락이라도 만져볼 수 있는 연화대 위치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5층까지 이용해야만 했다.

 

영산대불 옆에 건립한 영산범궁도 상부사를 대표하는 성지처럼 조성해 놓았으며, 세계불교포럼을 유치할 정도로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불교포럼 뿐 아니라 예술의 전당과도 같은 건축미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내부를 꾸몄는데, 처음 들어가자마자 느낀 인상은 마치 중세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온 듯한 감명을 받은 듯했다. 이게 과연 불교성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서구적이었고 부처님의 일생을 예술 작품으로 연출해 놓은 느낌이었다. 불교식 참배가 아니라 관광 목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었으며, 다분히 세계의 모든 관광객을 의식한 중국 특유의 자부심과 스케일로 불사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국가주도로 진행되었다 한다. 우리나라의 아무리 큰 종단 사찰일지라도 단독으로 이렇게 큰 불사를 이룰 수가 없지 않은가.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문득 여기가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니까 이해가 되었다. 다문화 자본주의가 아니고 불교를 국교로 인정한 사회주의 중국이라면 철저히 국가주도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조박초라는 희대의 중국불교중흥사업가가 탄생하였고, 그 조박초 회장이 마치 인도의 아소카 왕처럼 중국 불교를 일으키기 위해 그간 많은 공을 들여온 것도 큰 몫으로 작용되었을 것이다. 거기엔 세계 제1의 불교국가로 다시 거듭나고 싶은 열망이 담겨있었다.

 

화려한 미술품을 전시한 듯한 영산범궁 회랑을 관람하고 나서 범궁 안에 위치한 공연장을 갔는데 그곳 규모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공연 무대가 앞쪽 한 면만 있는 형태가 아니라 180도 이상 둘러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으며, 공연 시간이 되자 공연자들이 180도 이상이 되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부처님 생애에 관한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무대 뒤 스크린도 여러가지 영상을 제공하고, 둥글게 둘러진 객석 한가운데 또 다른 무대가 천천히 솟아올랐다. 바로 보리수 나무였다. 보리수나무가 자동장치에 의해 서서히 올라오고 그 아래에 부처님이 좌선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참으로 종합예술의 시연 그 자체라고 할 만했다.

 

공연장 천정에는 네온사인처럼 온갖 색깔의 LED 조명 장치가 빛을 발해 시선을 끌었고, 어디 하나 눈이 쉬어 갈 공간 하나 없이 요란했었다. 이토록 화려하게 불교문화를 이끌어 가는 의도가 과연 뭘까. 확실히 중국불교가 작정한 느낌이었다. G2 국가의 위상으로 불교로도 세계 중심에 서고 싶은 욕망을 보였다고 할까. 상부사 본당, 영산대불, 영산범궁 외에도 장소마다 온갖 볼거리와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고, 식당과 편의점 우체국 파출소 등 각종 시설이 다 배치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교사원에다 용인 에버랜드 공원을 접목시킨 듯 보였다. 하도 넓어서 걸어 다니기는 힘들고 구간마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여야 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불교테마파크로 그 자체였다.

지면에서 모두 다루진 못하지만, 중국불교체험 4일 차에 갔었던 불정궁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정궁은 남경 우수산에 위치하며 이곳도 전날에 보았던 영산범궁 규모 못지않게 어마어마한 시설과 볼거리로 꼭 불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관광을 위해 찾아 오고 싶을 정도로 조성해 놓았다. 불정궁은 지하 6층 이하까지 관람할 수 있는 규모로 건축물 모양 역시 특이하다. 돔 형태의 지붕과 올림픽 스타디움 형태의 구조물이 묘한 매치가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었고, 영산범궁처럼 서양 느낌의 화려한 디자인으로 곳곳을 꾸며놓았다. 도저히 불교사찰처럼 보이진 않는다. 섬세하고 화려하게 불교문화성지를 꾸미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100위안이 훌쩍 넘는 입장료와 각종 기념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중국도 너무 상업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하 1층 불보궁에서 지하 3층 불정궁을 거쳐 부처님 두골사리를 모신 지하 6층 열반선정궁에 이르기까지 마치 예술 작품 종합전시장과도 같은 모든 시설을 일일이 세밀하게 보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것이다.

 

천녕선사 인근에 위치한 사찰 순례와 함께 화려한 불교시설들을 참관하고 나니 어느덧 수행체험 4일 차 일정도 마무리되어갔다. 마지막 남은 일정은 한중 불교도 간 좌담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좌담 내용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앞으로 우리 불교가 펼쳐야 할 역할에 대해 다루어지기도 했다. 앞으로 불교 교화 방편이 참으로 중요하며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공감이 되었다. 중국 불교는 사회 민중들에게 부처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외 계층에 대한 자선사업에도 치중하고, 불교 발전을 위해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도 항상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중국불교 수행체험을 통해 느낀 바는 물질문명이 주도하는 혼란한 시대일수록 진정한 부처님 사상과 수행법을 대중에게 연결시켜줘야 하며, 대중들이 진정으로 부처님 정신을 이해한다면 불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정은 중국과 다르다. 외래문화에 개방되어 있고 첨단시설에 노출되어 있어 당장 불교가 관심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일수록 번뇌가 넘쳐난다고 보면, 불교의 임무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전략을 잘 세우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대중들이 올바르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 불교인들이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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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광 정사/교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