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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청량사 산사음악회

밀교신문   
입력 :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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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으로 산문을 짓고, 바람이 소리를 만나는 청정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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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과 함께 들에서, 산에서 오색 잔치를 벌이는 가을 문턱에 한국 속에 가장 고귀한 터에 자리한 청정도량 경북 봉화에는 이름 그대로 청량함과 숭고함을 간직한 청량사가 있다.

 

청량사는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열두 봉우리가 나그네의 눈길을 잡는다. 그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나에게 청량사는 마음의 고향이다. 사람들이 올라오기도 힘든 이곳에서 음악회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음악회가 올해로 벌써 18주년을 맞이했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우리나라의 산사음악회 중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행사로 손꼽힌다. 600고지의 가파른 절벽위에서 열리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장소에서 열리는 음악회라 그 감동이 더욱더 클 것이다. 이것을 준비하는 회주스님과 사찰의 봉사자들, 그리고 음악회의 숨은 일꾼들인 스텝들은 일일이 등에 짐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고생하지만, 그들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음악회가 완성된다. 특히 청량사 음악회의 가장 큰 장점은 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위해서 300개가 넘는 조명기구들을 스텝들이 3일 동안 산비탈을 오르고 내리면서 설치를 한다. 이들의 노고로 아름다운 야경이 있는 청량사의 아름다운 음악회를 만들어 질 수가 있는 것이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산사음악회의 모태로 지금은 전국 각지의 사찰의 문화포교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청량사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리적인 조건이나 도량이 비탈진 곳에 있어서 적지 않은 위험요소들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든 조건들이 악조건이 아닌 최상의 조건들로 평가 되었으니 이 또한 기도의 힘이지 않나 생각된다. 오늘은 청량사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떠나 음악회를 준비하는 한명의 스텝으로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과연 오지마을에 위치한 봉화 청량사 음악회에 신도들 이외에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을 뿐 당일 청량사 산길을 가득 메운 인파를 보고 저절로 환희심이 느껴질 만큼 장관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렇게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첫 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정말 색다른 분위기의 음악회였다.

 

고즈넉하기만 했던 산사의 도량에는 가을 단풍만큼이나 눈부시게 오색의 빛이 물들어 갔다. 그 가운데 내가 서 있었고, 이곳에서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가 인연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청량사 산사음악회 관객들이 이렇게 비탈진 산사에서 어떻게 음악회가 진행될 수 있을까라며 의아해 하지만 직접 도량 곳곳에 관람객을 배려한 스크린과 절벽위의 나무와 전각의 경관조명을 보고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음악회의 무대는 대웅전(유리보존) 앞 탑전에 무대를 마련하여 심우당 쪽과 마주하게 배치한다.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생동감을 주게 된다.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음악회를 보기위해 일찍부터 올라 온 사람들은 아침부터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고 있거나 고요히 명상을 하거나 돗자리에 누워서 음악회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사이로 청량사 학생회로 구성된 어린 청소년 불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도 낯설지 않게 안내를 해준다. 차 공양을 해주시는 보살님, 생수와 떡을 나누어 주시는 거사님들은 이보다 친절한 분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다. 손님들 역시 청량사 도량 곳곳에는 수많은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있지만, 누구 하나 밟거나 꺾지 않고 산사의 풍경을 음미한다.

 

법고소리가 온 산사에 퍼지면서 음악회는 시작되고, 오프닝과 함께 청량사는 불빛축제의 장으로 변해 오색찬란한 단풍이 만들어내는 절경에 저절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감탄사로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시작된다.

 

음악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 쯤 하늘을 바라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청량사의 빛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가되고 별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이보다 아름다운 음악회가 또 있을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벅찬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고 가수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는 난생 처음이고,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자연의 경관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너무나 잘 꾸며진 빛의 장엄은 음악회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일등공신이었고, 울창한 봉우리 아래 넓은 야외무대에서 하는 음악회의 음향 또한 멋진 음악회가 되는데 한 몫 했다는 느낌이 든다.

 

칠흑 같은 어두운 산사이건만 음악회를 마치고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수많은 인파들의 빛이 되어 주었던 촛불잔치 역시 음악회의 또 다른 감동이었다.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바뀌어야 한다는 회주 지현스님의 원력이 돋보이는 부분이 곳곳에 담겨 있어 감동의 연속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오지마을에 문화의 씨앗을 심는 청량사 산사음악회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멋진 무대를 같이 만들게 기회를 주시는 회주스님을 더 많이 존경하게 되었고, 청량사와의 인연이 나에겐 부처님이 주신 가피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회를 마치고 다음날, 날이 밝아 오자 도량 청소를 위해 나섰지만 밟힌 꽃들도, 버려진 쓰레기도 없는 도량을 보고 또 한번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어찌 이런 감동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함께 큰 가르침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라 마음이 쉬어가는 음악회, 마음을 활짝 열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음악회, 그리고 치유와 힐링의 음악회가 되어 주는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진 보물 같은 존재로 빛나고 있다. 깊고 깊은 산속에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던 도량에 어느 날 서서히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으니 그 비결은 바로 다름 아닌 모두가 하나 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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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종/공연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