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칠존이야기- 18.금강법보살

밀교신문   
입력 : 2018-11-06  | 수정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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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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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살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보살로 단연 관세음보살을 들 수 있다. 언제나 친근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관세음보살은 그 명칭 그대로 세간의 소리를 관하는 보살로서 어머니가 갓난아이의 칭얼거림을 세심히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각건대 우리는 고난을 겪을 때에 마음이 약해지고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서 중생이 황야와 같은 세속에서 현세의 고뇌로 괴로워할 때에 중생이 내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와 같은 누군가가 다가와 그 아픔을 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그때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이야말로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아주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억되고, 불려지며, 간절히 만나기를 바라던 대상이었으니 이것은 이 보살이 세간의 고뇌음성을 관하며 자비를 바탕으로 하여 현세 이익을 가장 많이 시여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관세음보살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중국에서 구마라집이 번역한 묘법연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 기인한다. 이 품은 관음경이라고 하는 명칭으로 우리나라에 친숙하며, 단독으로 간행되어 수많은 민중들에게 독송된 경이다. 보문품에는 자비깊은 관세음보살이 여러 방향을 향하여 다양하게 고뇌하는 우리를 구원하고, 사람들에게서 위난을 제거해주고, 이익을 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한량없이 많은 백천만억 중생이 갖가지 괴로움을 당할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 마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즉시에 그 말을 관하고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니는 이는 큰 불속에 들어가더라도 불타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보살의 신통력 때문이며, 혹 큰 물길에 빠져 떠내려가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를 것이다. 또 수많은 중생이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 등의 보배를 구하기 위해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큰 폭풍이 불어와서 그 배를 나찰 귀신의 나라에 이르게 할지라도, 그 가운데 누구든지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이가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까지 다 나찰의 액난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하느니라.”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를 서원으로 하는 보살로서 자비의 가르침과 광명의 행을 성취하여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성숙하게 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처소에 머물면서 사섭법으로 중생을 받아들여 제도한다. 그의 서원은 오직 일체중생을 섭취함에 있다. 이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와 빈궁의 공포 등 현실적인 여러 가지 고통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등 정신적인 번뇌의 모든 장애들을 제거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아미타불의 왼쪽 보처로서 아미타불의 뜻을 받들어 중생을 보살피고 도와줄 뿐 아니라,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자들을 인도하는 구실을 담당한다. 관세음보살에게는 관자재보살이라는 다른 명칭이 있는데, 자비를 생각할 때는 관세음보살이지만 지혜를 생각할 때는 관자재보살이다. 현장삼장이 번역한 '반야심경' 등을 비롯하여 많은 경론에 그 명칭이 보이는 관자재는 중생의 근기를 관찰함에 있어서 자재하다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한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에서 ‘관세음보살은 불가사의한 위신력이 있어서 이미 과거무량겁 중에 부처가 되었으며 정법명여래라 칭한다. 대비의 원력을 펼치어 일체 보살을 일으켜서 모든 중생을 안락하고 성숙케하고자 보살을 나타낸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외의 다른 경전에서도 관세음보살의 전생담으로서 주로 과거 오랜 겁 이전에 이미 부처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성불한 부처님으로서 관음여래라든가 혹은 정법명여래라 칭해지는 것이다.
어느 경전에서도 볼 수 있는 관세음보살의 공통점은 세상을 구하고 생명있는 자들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부처의 절대적 자비심인 무연대비를 중생에게 베풀어서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권능을 실행한다. 그러므로 모든 불행한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지송하고, 항상 마음 속에 새겨서 공경하고 예배하면 구경에는 해탈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수능엄경'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제가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어 가지가지 진언을 외우며, 그 형상과 그 진언이 두려움 없음을 중생에게 베푸는 것이므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국토에서 저를 이름하여 시무외자라 합니다’ 라고 하는 것처럼, 관세음보살은 현실에 중생의 음성을 듣는 절대자로서 세간 사람들의 호소를 계기로 하여 그들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살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에게 중생구호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문품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보살로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방편의 힘으로 33응신을 나타내어 중생에게 불법을 설한다고 한다.


“선남자여, 만일 어떤 세계의 중생으로서 부처님 몸으로 제도될 이는 관세음보살이 곧 부처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고,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될 이는 벽지불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며, 성문의 몸으로 제도될 이는 곧 성문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고, 범천왕의 몸으로 제도될 이는 곧 범천왕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며, 제석천왕의 몸으로 제도될 이는 곧 제석천왕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고, …장자의 몸으로 제도될 이에게는 곧 장자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느니라. 거사의 몸으로 제도될 이에게는 거사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고, 관리의 몸으로 제도될 이에게는 곧 관리의 몸을 나투어 법을 말하며, 바라문의 몸으로 제도될 이에게는 곧 바라문의 몸을 나투어 법을 설하느니라.”


이처럼 관세음보살에게는 대자대비의 활동과 함께 상대방에 맞추어 33가지 몸을 나타내어서 불법을 설한다는 묘용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변화관음으로서 33관음이 있어서 오랜 세월동안 대중들의 기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묘용의 부분이 강조되어 밀교의 금강계만다라에서는 법을 설하는 금강법보살로 변신하여 등장한다. 금강법보살은 '금강정경'에서 일체여래의 대청정법과 능관자재금강법으로 표현되며, 기타 금강안보살, 관자재보살이라 한다. '백팔명찬'에서는 금강연화ㆍ뛰어난 청정ㆍ관자재ㆍ금강의 오묘한 눈이라 하여 그 덕을 찬탄하며, 밀호는 청정금강이다. '금강정경'에서 그 출생을 밝힌 문단은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은 다시 관자재대보살의 삼매로부터 출생한 법가지의 금강삼마지에 드시었다. 이 명칭을 일체여래의 대법삼매라 한다. 곧 일체여래심이다. 일체여래심으로부터 나오자마자 저 덕을 갖춘 지금강자는 자성이 청정하여서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지혜에 잘 통달한 까닭에 금강살타삼마지 중에서 정법의 광명을 이루고 출현한다. 저 관자재의 성품은 금강살타의 삼마지에서 아주 견고한 까닭에 합하여 한 몸이 되어 관자재보살의 몸을 출생한다.”
이 관자재보살의 몸을 출생하는 삼마지는 일체여래의 대법삼매로서 법을 설한다는 활동이 중시되어 있다. 관자재보살의 법을 널리 펼치고자 하는 성격이 금강계만다라에 들어와 금강법보살로 계승된 것이다.


'성위경'에는 금강법보살의 광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내심에서 금강법청정무염삼마지지를 증득한다. 자수용인 까닭에 금강법청정무염삼마지지로부터 금강법광명을 유출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고 일체중생의 오욕에 물든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청정한 것이 마치 연화와 같아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돌아와 한 몸에 거두어져서 일체보살로 하여금 삼마지지를 수용케하기 위하여 금강법보살의 형상을 이루고 관자재왕여래의 앞쪽 월륜에 머문다.”


이처럼 금강법보살은 서방 월륜 가운데 무량수여래의 동쪽 월륜에 머물러 중생을 연화와 같이 청정하게 지켜주려는 뛰어난 지혜의 활동을 전개한다. '제불경계섭진실경'에서 “중생으로 하여금 세간을 싫어 떠나게 하고, 출세간의 감로성에 들게 한다”는 금강법보살의 활동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세간의 욕락을 여의고서 보리심을 발하며, 결국 그 수행이 쌓여서 법열에 잠겨 그 법열을 향수하며, 더 나아가 중생으로 하여금 출세간의 깨달음에 들게하는 것이 이 보살의 묘용이다.
'약출염송경'에 금강화의 인계를 결하면 금강법을 보게 된다고 무량수여래의 공덕을 분담한 금강법보살의 결인의 공덕을 찬탄하고 있다. 그와 같은 금강법보살의 성격과 묘용을 상징하는 존형과 삼매야형으로 연꽃이 부각되어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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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법보살

 

김영덕 교수/위덕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