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사람들20 - 한지 등 학교

밀교신문   
입력 : 2018-10-10  | 수정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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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체험하는 열린 교육현장 ‘한지 등(燈)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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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藝術)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이다. 영어 단어 ‘Art' 역시 숙련된 능력 또는 활동으로서의 ‘기술’이라는 뜻으로 예술은 표현적인 창조활동을 하는 기술인 동시에 지적(知的) 활동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무엇이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예술은 아름다움을 창작하는 활동이며 함께 공유하는 문화이며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소통과 화합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예술은 어떨까? 예술이라고 하면 어려운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예술가들이 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편견을 바꿔 줄 특별한 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시민예술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화형 예술 프로그램 ‘한지 등(燈) 학교’이다. 서울시민예술대학은 예술을 경험하고 싶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연희학교’ ‘거리연극학교’ ‘마을무대학교’ ‘마을출판학교’ 총 4개의 학교로 구성되어 있는 열린 교육 현장에서 자유로운 체험활동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올해 새로 개설된 성북 캠퍼스 ‘한지 등 학교’는 전통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직접 창작할 수 있는 예술학교이다. 작년에 진각문화사업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등제작 기술을 활용해서 공방을 열어 시민들이 등을 만들어 월곡 달빛 축제 때 달빛등을 거리에 전시를 하였다. 등공방을 진행하면서 전통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고 참가자들이 등을 만들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전통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한지 등 학교’를 기획하였다.
등은 우리나라의 전통 축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왜냐하면 개성 있는 모양과 아름다운 색채로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등은 축제의 상징이자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등회’를 대표로 ‘서울 빛 초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에서 ‘제주 전통 등 축제’ 까지 전국 각 지역 고유문화와 연계한 등축제가 있고, 전통 등을 복원하고 새로운 등을 만드는 노력도 계속 되고 있다. 그중에 진각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움직이는 대형등을 위주로 제작하고, 다양한 캐릭터등을 만들며 등문화를 지켜왔다. 전통의 멋과 디지털적인 트렌드 기술을 가미한 현대적인 등을 만들어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등을 만들고 있다. 문화 종단으로서 지역 주민들의 예술교육에 앞장서는 진각종은 문화예술의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상생하며 그 지역의 문화로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우리의 등문화는 안타깝게도 조선시대를 지나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맥이 끊기게 되어 사장되다시피 하였다. 지금도 등문화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고 연등회를 시작하던 1996년을 기점으로 20여 년 동안 다양하게 성장 발전해 왔다.
등문화를 보면 불교계에서 많이 활성화가 되어 있지만, 사실은 전통등은 불교계만의 문화가 아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세시 풍속에서도 전통등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오고 있고, 아시아 문화권인 일본이나 중국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그들만의 설화나 이야기가 등으로 표현되어 만들어 지기도 했다. 전통을 지켜오며 지역 특징을 살린 등을 축제로 만들어 문화재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일본의 경우는 동북지방을 대표하는 아오모리시의 ‘네부타마츠리’와 아키타시의 ‘간토마츠리’ 같은 세계적인 등축제가 좋은 예이다. 그 마을의 주민들은 어려서부터 등문화를 보고 배우고 몸으로 익히고 연희문화까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마을 축제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등축제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전통등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애정에 있다. 자신들이 만든 등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느껴지는 그들의 축제를 보면서 감동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을 주변에 보관소나 제작소는 물론, 1년 내내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과 함께하고 있었다.

월곡 달빛 공방도 처음에는 그런 희망을 품고 시작했던 것이다. 작은 공방이 ‘한지 등 학교’가 되었고, 앞으로 지역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여 함께 등을 만들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진각종은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동덕여자대학교는 젊은 인재들이 있어 훌륭한 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진각종은 등문화 보급과 발전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등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일반 대중들이 접하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등은 예술적 장르로 보면 슬로 아트(Slow Art)에 가깝다고 말한다. 등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크게 등의 구상, 골조, 배접, 채색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과정 속의 기다림과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한지 등 학교’ 과정에서 한국의 등문화를 이해하고 전문적인 제작기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차분하게 등을 만드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한지 등 학교’는 각박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쉬게 하고 문화적 위안이 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조금 지루할 수 있는 과정이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진지한 작업과정을 통해 등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끼기 어려운 감동을 준다. 어둠을 거스르지 않는 은은한 불빛은 부처님의 자비처럼 빛나고 전통 한지를 통해 퍼져 나오는 부드러운 빛은 불심과 닮은 것 같다. 필자는 등을 만들면서 불심을 키우고 등을 밝히면서 자비를 베푸는 마음을 배운다.

마을 공방 ‘한지 등 학교’가 다른 시민 예술대학과 차별화되는 점은 자신이 직접 제작한 등을 시민들의 생활공간인 월곡동 거리에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한다는 것이다.
등을 만들고 예술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되어 전시된 모습은 보며 살아있는 예술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함께 참여하는 주민들이 등을 만드는 즐거움을 배우고 예술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한지 등 학교’의 설립한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미흡한 것이 많지만 언제나 그렇듯 필자는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앞으로 ‘한지 등 학교’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영향력을 키워갈지를 기대하며 월곡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서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든든한 기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상종/공연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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