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떴다! 보살] 악의 축

정유제 기자   
입력 : 2002-02-20  | 수정 : 200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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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싸잡아 ‘악의 축’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악의 축’ 발언 파문으로 전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악의 축’으로 지목된 국가는 물론 놀랍고 당혹스럽기는 인접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햇볕정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결코 늦출 수 없었던 긴장감이 녹아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대다수의 국민들로서는 새로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2 불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즉각적으로 반박성명을 내며 2월 19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고, 국회의원 16명 명의의 성명서를 들고 일부 의원들이 주한 미 대사관을 찾아가는 등의 움직임과 더불어 미국 내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지나친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타임’지는 최신호에서 “‘악의 축’으로 지목된 세 나라 사이에 아무런 연대가 없고 테러리즘과 대량 살상무기는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며 ‘악의 축’ 발언이 사안을 오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3 최근에 나온 달라이라마 성하의 책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악의 축’ 발언 태풍의 눈 속 고요처럼 가슴을 파고들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9․11 테러 후유증을 치유할 해법도 원한을 복수로 앙갚음하지 않으며, 자비심으로 상대를 감화시켜 동업중생으로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종교적 절대진리에서 찾았으면 한다. 정유제 기자 refine51@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