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조 자증교설 결집이 우선

편집부   
입력 : 2007-07-02  | 수정 : 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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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학수립의 현황과 과제)


경정·진각종 교육원장

종학(宗學)은 한 종단의 신행체계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한 종단의 신행체계를 일반적으로 객관적 보편적인 입장에서 교학(敎學)이라 부르고, 주관적 신행의 측면을 강조하기 위하여 종학(宗學)이라 부른다. 종학은 신행체계 전반을 가리키기 때문에 교리, 수행법, 의식의례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교리체계에 한정하여 진각종학의 성립과 전개, 나아가 현황과 비전을 밝혀 보려한다.

진각종의 역사는 진각성존 종조 회당 대종사의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곧 종학의 바탕에는 종조의 자증교설(自證敎說)이 자리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주고 있다. 따라서 종단의 교리체계를 수립하기 위하여서는 종조의 자증교설을 결집하는 것이 우선한다. 그렇다고 종조의 자증교설의 결집이 완결되지 않았다고 하여 교리의 연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종조가 설하신 교리에 대한 기본적 교설을 살펴보면 종단의 교리체계의 기본 틀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종단은 종조의 기본 교설을 중심으로 교리의 대강을 잡아 왔다. 진각종을 창종한 대종사의 정신적 배경은 회말취본(會末就本)의 정신과 이원원리(二元原理)의 정신으로 정리된다. 이러한 정신적 배경은 대종사의 생애와 사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회말취본의 정신은 본(本)과 말(末), 즉 진리와 현상은 상호관계를 유지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신이다. 특히 말(末)인 현실을 통하여 본(本)인 진리를 구현한다는 정신이다. 그리고 이원원리는 현상 세계의 다양한 모습은 상대적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실을 일컫는다. 즉 현상세계의 다양한 양상들은 고유의 자기 기능을 가지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신이다. 따라서 사회 발전에는 개개의 특수상(特殊相)이 제각기 고유의 기능을 자주적으로 발휘하면서 전체의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대종사는 '이원자주(二元自主)'라 하여 '일원통솔(一元統率)'의 대칭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대종사의 깨달음의 내용은 참회(懺悔), 심인(心印), 진각(眞覺)의 사상으로 압축할 수 있다. 대종사는 교화를 시작하면서 교명(敎名)을 참회원(懺悔園)에서 심心印佛敎), 진각종(眞覺宗)으로 개칭하여 왔다. 대종사는 곧 중생교화를 위한 기본적인 사상을 이처럼 중층적(重層的)으로 심화(深化)하여 간 것이다. 진각종의 신행은 참회를 시작으로 하여 심인을 밝히고, 구경에 진각의 경지, 또는 진각의 세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종사는 참회, 심인, 진각의 사상을 중심 축으로 다양한 종교적 교리와 정신, 특히 불교의 교리를 수용하여 교리의 틀을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의 교리가 대종사 자신의 사상과 가장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대종사는 이미 불교의 수행을 하면서 불교의 불성사상(佛性思想)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대종사는 불교의 교리로써 자신의 교화방편을 세워가면서 특히 밀교의 교리를 중점적으로 수용하였다. 그것은 대종사가 밀교의 비로자나불사상과 진언수행, 그리고 현실을 중시하는 구체적 실천성 등에서 자신의 사상과 밀접한 관련성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대종사는 참회하고 심인 밝혀 진각을 얻은 인격을 진각님이라 하고, 진각님의 우주 보편적인 인격을 법계진각님이라 하였다. 그런데 법계진각님은 밀교의 비로자나불사상과 그대로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비로자나불을 수용하여 진리 설법의 주체인 교주(敎主)로 삼았다. 그래서 대종사는 '비로자나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라는 교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비로자나불의 성품이 가까이 곧 내 마음에 내재하고 있는 것을 심인이라 보았다. 나아가 육자대명왕진언 옴마니반메훔이 무상(無相)인 심인과 비로자나불을 상징하고 있는 이치를 체험적으로 증득하였다. 그 때문에 육자대명왕진언을 안으로는 심인, 밖으로는 비로자나불을 체득하게 하는 수행의 대상으로서 본존(本尊)으로 세웠다. 그리고 "육자진언 염송하면 비로자나 부처님이 항상 비밀한 가운데 모든 법을 설하여 무량하고 미묘한 법 자증하게 한다"는 말씀을 설하고 있다. 즉 육자진언의 관행(觀行)을 통하여 심인을 밝혀서 비로자나불의 경지를 증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각종은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敎主)로 하고, 부처와 종조의 정전심인(正傳心印)인 '옴·마·니·반·메·훔[六字心印]'을 신행의 본존(本尊)으로 받들어 육자관행(六字觀行)을 통하여 즉신성불(卽身成佛)하고 현세정화(現世淨化)하는 것을 종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진각종은 밀교의 교설을 날줄[本旨]로 하고 종조의 자증교설을 씨줄[宗旨]로 삼아서 세워진 종문(宗門)이다. 근본정신은 밀교 교학에 닿아 있으면서 구체적인 교리체계와 수행양식 등은 혁신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종조의 자증교설과 교학체계의 입장에서 이들의 역사적, 정신적인 맥을 찾아서 교학체계의 보편성을 확보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밀교 교학을 새롭게 계승 발전시켜 가는 종풍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종단은 우선 종조의 자증교설을 결집하여 종조사상의 연구의 지평을 넓게, 깊게 하는 사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또한 종학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한편으로는 역사적 종교문화로서의 밀교의 교리와 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 종단이 '교법결집회의'를 통하여 교법결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한 종단으로서의 특수한 정체성(正體性)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밀교 종단으로서 밀교의 교학과 문화를 정리하는 작업으로서 위덕대학교 밀교문화연구원이 종단의 학술지원금으로써 '밀교학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종단은 '진각논문대상'의 사업을 그 보완사업으로서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 회당학회와 위덕대 밀교문화연구원 등에서 실시하는 종조사상과 밀교학연구를 위해 '밀교학회'를 창립하여 통합하고,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을 하고 있다. 보다 많은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여서 종단의 교학과 밀교학의 사회적 기여에 관한 응용연구를 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불교의 특수성의 하나가 역사적으로 정체(停滯)되지 않고 항상 새롭게 발전하여 가는 것이다. 불교 역사상 그 최후의 지류에 밀교가 있다면, 회당 대종사가 자증적으로 개창한 진각종은 '진각밀교'로서 또 하나의 불교운동, 나아가 밀교운동이 될 것이다. 진각종이 완수하여 가야할 이 역사적 불교운동은 분명히 불교의 발달뿐만 아니라, 인류의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이다. 따라서 진각밀교로서의 새로운 불교운동에 수행과 연구를 통하여 동참하는 것은 개인의 수행과 행복, 더불어 사회의 정화와 평화의 증진을 이루는 큰 공덕을 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