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양산 소공동체 적극운영

편집부   
입력 : 2007-07-02  | 수정 : 200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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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모델의 본격적 구축)


최지호/위덕대 시설팀장

한국사회는 1990년대에 압축적으로 시민사회로 접어들었다. 시민사회는 신분적 계층이 아니라 합리성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민간단체총람'에 의하면 비정부단체는 9천467개, 그 가운데 56%가 최근 10년 사이에 창립되었다고 한다.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의 합리성에 기반한 참여가 국정과 사회전반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참여를 통해서 시민의식은 점점 고양되고 있으며, 일방적 의사소통에서 쌍방 간 의사소통으로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인드라그물처럼 엮어져 있는 지식정보화는 이러한 시민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참여시민사회와 지식정보사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오늘날의 종교교단들은, 포교와 교단운영에 있어서도 참여모델은 화두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참여를 중시한 승가운영
  
짧은 세월에 많은 전법의 자취를 보이신 석존은 수승한 방편으로써 승가를 운영하였다. 승가공동체 운영시스템으로 보면 석존은 큰 공동체인 중앙승가의 상대적 개념 및 체제로서 현전승가(現前僧伽)라는 소공동체를 조직 운영하였다. 현전승가는 중앙승가의 기능을 대신한 현지 소공동체이자, 교화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석존은 중앙승가의 운영시스템을 현전승가에 그대로 반영시켰다.

현전승가를 통해 인도전역에서 불법을 전도하고 석존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화상, 교계사, 갈마사제도를 두어 자질 있는 비구로 하여금 석존 당신의 역할을 공동분담(역할분담)하게 하였다. 또한 보름마다의 포살(布薩)과 우(雨)안거 시의 자자(自恣) 또한 전원출석을 조건으로 비구들을 교육, 재교육하는 교육장으로 삼았으며, 갈마작법으로써 모든 승가행사를 챙기는 공론장을 형성하였다. 이는 멀리서 전법유행을 하는 제자들과 이들을 묶어내는 승가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더라도 질적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동체 운영과 인재관리, 교육은 분명 오늘날 참여와 지식정보사회의 교단운영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타 교단의 참여모델 사례
  
대표적인 교단들을 예로 들자면, 불교계의 불광법회와 능인선원, 기독교계의 사랑의 교회와 순복음교회를 들 수 있다. 상기한 교단들은 공히 교단운영에서 있어서 공통된 특고 있다. 첫째, 소공동체 운영을 통하여 교단, 교화발전을 견인하였다. 둘째, 수십 수백 개의 분화된 소공동체 운영을 리딩할 수 있는 소공동체장(신도 지도자) 양성에 교단의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셋째, 교역자와 재가신도의 철저한 역할분담을 형성해갔다.

세 가지 요소들을 교단별로 개략적으로 기술하자면, 불광법회는 소공동체의 기본단위를 '법등'으로 명명하고, 법등을 불광법회의 수행과 전법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법등을 이끄는 사람을 '마하보살'이라 한다. 능인선원은 소공동체단위를 '가정법회'라고 하며, 이끄는 사람을 '능인등'이라 한다. 사랑의 교회는 소공동체단위를 '다락방', 이끄는 사람을 '순장(荀長)'이라 한다. 순복음교회는 소공동체단위를 '구역', 이끄는 사람을 '구역장'이라 한다. 이러한 교단 산하의 수많은 소공동체 단위로 법회(예배)를 매주,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신교도의 실제적 관리 및 포교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여기서는 구체적 사례를 들 수 없지만 가톨릭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소공동체운동을 교단의 중심사업으로 전개하여오고 있다. 가톨릭은 단독 본당이 아닌 중앙, 교구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진각종과 교단운영시스템이 비슷하므로 향후 좋은 사례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기 교단들은 신도 지도자교육을 소공동체 운영의 성패로 인식하고 있으며, 신도 지도자들에게 작은 성직자, 교역의 동반자라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에게 교단발전과 포교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는 전체적으로 열린 교단운영, 열린 공동체운영을 해나가겠다는 성직자 또는 교단 지도자들의 방법론적 고민과 열정, 그리고 리더십이 전제되었었음을 강조해두고 싶다.  

우리 진각종단 또한 1947년 창종 이후, 반세기만에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종단의 하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창종 당시부터 참여모델을 중시한 종풍이 주요한 요소라고 본다. 이원상대적으로 보면 종조 회당 대종사의 밀교에 대한 수승한 교리해석과 말씀이 사상적 축이 되었으며, 남녀 차별없는 여성교직자의 지위와 역할의 격상, 재단법인화를 통한 재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마을 동리마다 들어선 심인당, 한글경전 배포와 의례의 간소화 등의 수승한 제도가 정책적 축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제 창종60주년을 맞아 100년을 내다보는 성상에서 진각종단은 참여시민시대와 지식정보사회와 적극 상응하는 교화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의 낮은 수준의 참여모델을 강화하여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 각계에서 참여가 부족한 폐쇄적, 일방적인 모델과 시스템으로는 그 공동체가 여지없이 도태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심인당 단위에서는 금강회를 어떻게 소공동체로 분화하면서 엮어낼 수 있을지에 대하여, 종단차원에서는 일선 심인당 단위에서 할 수 없는 신교도 교육프로그램, 교재, 인력을 제공하는 점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여야 한다. 타 교단의 참여모델 사례들을 소개한 책자가 시중에 있으므로 깊이 연구하고, 우리 체질에 맞도록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고 본다. 더불어 21세기에 통일된 한반도에 밀엄국토를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진각종도들이 각자 임한 자리에서 참여를 화두 삼아 사리필구하여 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