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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신문 345호 사설

지현 주필   
입력 : 2001-09-03  | 수정 : 200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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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방북 후속조치 뒤따라야 평양에서 개최된 8·15 민족통일대축전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대북교류 타개와 민간교류 확대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방북을 허가한데서 비롯되었다. 방북단의 규모나, 인적구성, 승인과정의 우여곡절 등을 볼 때 예고된 사고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과정이 남남갈등은 물론, 여여갈등으로 확대되는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숲을 보되 나무만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통일정책만큼은 다소의 불만과 일부의 실수가 있더라도 민족화해와 신뢰의 큰 물줄기를 되돌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유사한 돌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통일정책의 집행 과정에 엄격함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들도 더욱 더 성숙한 모습을 남과 북 모든 동포들에게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통일은 감정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 통합과정을 거쳐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방북은 추진본부가 주장하는 대로 일말의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특히 200여 개 단체가 참석하여 각 부분별 회합과 만남을 토대로 한 결과를 보면, 내년 8·15에 북측대표가 서울로 오기로 하는 등 비무장 지대에서 평화캠프 설치행사, 독도 영유권 공동대처 합의 등 주목할 만한 내용도 없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방북 후유증을 수습하고 이러한 성과물을 중심으로 후속조치들을 담아내는 일이다. 불교계는 이번 방북을 통해 명실상부한 남북해외합동법회의 개최뿐 아니라 북한 사찰의 개보수를 위한 단청지원, 지원물자의 지정배부 합의 등 지금까지 교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여러 성과를 도출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각 종단이 연합하여 정쟁의 흐름에 상관없이 이러한 결과들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민간교류의 몫은 동질성 회복이고, 그 가운데 불교의 몫은 전통문화의 수호와 자주적 통일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출범 100일의 의미 교계 안팎의 관심 속에 출범한 진각종 효암 통리원장의 새 집행부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전임 집행부가 이룩한 폭넓은 성과와 진언행자들의 결집된 성원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상하를 어우르는 특유의 친화력을 더해 종단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집행부는 종책의 초점을 종단의 내실화에 둔 만큼, 종단의 대외적인 활동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3개월 여의 기간은 업무 점검에 불과하고, 또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회당대종사 탄생100주년 사업이 시작되면 이러한 시각은 곧 상쇄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참여'와 '화합'을 강조하는 업무 방침은 향후 근원적인 종단의 현안들을 선후본말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진각종도들이 주목하는 것은 여론 수렴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방식이다. 금번 대구에서 집행부 전 임원이 워크숍을 통해 종단 현안을 진지하게 토론한 것이나, 중요한 문제들을 4원장 및 원로스승들과 함께하여 중지를 모으려는 방식은 일의 성사여부를 떠나 화합승가의 구현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스럽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인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향후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해 산적한 현안들이 성과적으로 해결돼 나갈 수 있도록 현 집행부의 소명감과 자신감이 더욱더 구비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당면한 원로스승 예우, 종립학교 안정적 지원문제, 회당대종사 탄생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한 사회성 제고 등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현안들이 즐비한 바 정면으로 이 문제들을 풀어 가는 지혜와 법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국민 자주 모여 바른 일을 강론하면 장유 서로 화순 하여 점점 다시 더 성한다"고 경전에 설하였듯이 100주년을 기점으로 화합승단의 종풍과 21세기 종단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집행부의 의지에 진언행자들의 원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