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 어디까지 와 있나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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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학 진단과 전망' 세미나 3월 20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 불교회관 1층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본 한국불교학의 진단과 전망' 세미나가 화제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정영근 교수(서울산업대)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종립학교관리위원장 학담 스님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김종명(동국대 대우교수) 박사와 전재성 (한국 빠알리성전협회 회장) 박사의 주제발표, 김호성(동국대)·신규탁(연세대)·박경준(동국대) 교수, 박해당 (서울대 규장각 특별연구원) 박사의 논평 순으로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동국대 불교학부 실망스런 수준)김종명(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는 '한국 불교학계의 연구활동: 분석과 평가-동국대학교 불교학부를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동국대 불교대학 24명의 교수가 지난 10년간 출판한 저서는 87권으로 이는 1인당 연평균 0.36권, 최근 3년간은 0.04권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교수 평균 출판율 1.6권에 비교하면 불과 2.5% 수준이며, 특히 전문 학술 서적은 지난 10년간 6권에 불과했고, 그나마 1996년 이후에는 단 한 권도 출판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동국대 불교대학의 불교학 연구 수준은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나 모두 수준 미달>이라고 혹평했다. 반론에 나선 김호성 교수는 ("김종명 교수의 글은 동국대 불교대학 구성원들이 담당해야 할 책무와 역할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면서도 그러나) <동국대가 개교이래 일궈놓은 근대불교학 형성의 공과나 순기능은 애시당초 도외시하고 그저 오류와 역기능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김호성 교수는 김종명 교수의 논문에 나타난 통계에 대해 정승석 교수의 경우를 예로 들어 오류를 지적했다. 정승석 교수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총 9권의 저서를 출판했는데, 1999년에 출판한 '윤회의 자아와 무아'는 전문학술서적으로 <1999∼2000년에는 단 한 권의 저서도 출간되지 않았다>는 김종명 교수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종명 교수의 글에 대해 두 번째 논평자로 나선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 "김 교수는 모든 것을 수량화해서 비교하고 있는데, 인문계열, 사회계열, 자연계열, 공학계열 사이에는 논문의 생산양상이 다르다. 이것은 '학문의 성격' 문제로 한국고대사를 전공하는 고고학관계 논문 1편과 김 교수의 이번 논문 1편이 같은 값으로 평가될 수 없음은 김 교수 자신도 납득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생명력없는 학문으로 전락)제2주제 발표자인 전재성 박사는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교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이란 논문을 통해 <한국 불교학은 일본 연구에 의존해 2, 3차 자료를 주로 이용한 뿌리 없는 나무로 원전 인용문이 대부분 일어 번역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불교 용어를 일본식 한문으로 사용함으로써 불교학의 일본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불교의 원전인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등 언어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독일의 불교학자들은 지금도 중국 돈황, 네팔, 티베트, 태국, 스리랑카의 오지들을 돌아다니며 필사본을 발굴하고 역주를 달아 불교학의 뿌리를 성장시키고 현대 학문과의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 불교학자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전 박사는 <거액을 들여 동국대 역경원이 번역한 고려대장경 한글 번역본도 오역이 많고 주석이 하나도 없어 다시 해야 실정>이라며 결국 1차 자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교학은 생명력을 잃어 동어반복적이고 고답적인 학문으로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제2주제 첫 번째 논평자로 나선 박경준 교수는 <전재성 박사의 발표문을 보면 근거 없는 주장과 편협한 시각, 신중하지 못한 추측과 표현이 많아서, 이 글이 과연 불교대학의 발전을 위한 따뜻한 관심과 순수한 사랑에서 쓰여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두 번째 논평자인 박해당 박사는 <문헌학이나 어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로서 매우 중요하며, 제대로 된 어학연구소나 교육원이 없는 현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발표자의 의견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그러나 전체적인 서술에서 지나치게 기초학 분야의 미비만을 강조함으로써, 이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더 나아가 문헌학이나 어학만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별 가치가 없거나 비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