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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의 나침반 1, 2

신민경 기자   
입력 : 2001-04-09  | 수정 : 200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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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과 함께 '지혜의 배'를 타다 경허 스님과 고봉선사의 맥을 이은 숭산 스님((崇山·75, 화계사 조실)은 한국불교를 세계 만방에 선교한 가장 성공적인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서양에서 가장 존경받는 영적인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숭산 스님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추앙받고 있는 유명한 스님이기도 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에서 설법해 온 불교와 선(禪)에 대한 그의 생각과 가르침을 집대성한 '선의 나침반'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통해 스승인 숭산 스님과의 인연,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었던 벽안의 현각 스님이 지난 97년 미국에서 'The Compass of Zen'이라는 제목으로 엮어냈던 것을 다시 번역 출간한 것이다. 법계를 받기 전 '미스터 하버'로 불리던 이 벽안의 불교도는 큰스님이 설법한 녹음 테이프와 비디오 테이프들을 녹취하여 무려 4년여에 걸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인생 행로를 바꿔놓은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이 '특별한 책'에 쏟은 그의 정성을 짐작할 만하다. 이 책은 영어로 씌어진 한국의 불교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인이 아닌, 불교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해 쓰여진 불교 개괄서이다. 전생, 윤회, 업 같은 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때로 쉽게 느껴질 정도로 기초적인 내용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불교 입문서지만 형식을 따지지 않고, 이론 중심이 아니라 사례 중심이어서, 훨씬 더 많은 깨우침을 준다. 이 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소승·대승·선불교의 3대 주요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으며 1권은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그리고 2권은 선불교에 대해서 법문한 내용이다제1부는 상구보리 하화중생(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제도함)이라는 불교의 목적과 소승·대승·선이라는 각기 다른 세 가지 불교 전통과 불교를 구성하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개괄로, 제2, 3, 4부에서는 구체적인 불교에 대한 논의가 재미있고 유머러스한 일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책 속에는 스님이 치는 '탕'하는 주장자 소리도 있고, 파안대소하는 웃음소리도 있다. 조주 스님은 "차나 한잔 마셔라"하고 말했지만 스님은 "코카콜라나 밀크쉐이크를 먹어라"하고 호방하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선의 나침반'인 것은 고해(苦海)인 우리 인생에서 윤회에 빠지지 않고 고통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지혜의 배'가 있어야 하고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나침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어떻게 자기 내면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파트너로서 무슨 종교를 믿든지 상관없이 자기 존재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열림원/각 권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