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84

허일범 교수   
입력 : 2005-10-14  | 수정 :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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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밀교의 과거와 오늘-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1. 역사 속의 한국밀교 지금까지 한국밀교전개사라는 제명으로 수년간에 걸쳐서 한국밀교의 전개양상을 살펴보았다. 그간 길고 긴 여정이었지만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내용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이다. 단편적인 문헌과 현존 문화재 중에서 밀교적 요소를 띤 내용들을 가지고 과거의 한국밀교를 구상화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티베트나 일본과 같이 법맥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인물중심이나 종파의 교리를 바탕으로 역사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혀 다른 양상의 밀교적 특색을 지니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자생적 형태의 구복적 밀교가 주류를 이루었고, 통일신라기에는 중국으로부터 전파된 법맥상승밀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 법맥은 온전히 계승되지 못했다. 그리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몽골과 청나라를 통한 티베트계 불교가 전해지면서 새로운 양상의 진언전래밀교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초기 구복적 형태의 밀교나 법맥상승의 밀교에 비해서 기원과 기도의 성격을 띤 밀교적 행사들이 활발해지고, 사찰과 신앙의 대상에 대한 장엄이 다양화되면서 밀교적 성격을 띤 문화재와 의식집들을 다수 남기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밀교전개사를 서술할 때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정리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그것은 논의 전개에 크나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일부에서는 삼국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법맥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역사를 정리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그것은 자료나 내용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며, 설령 무리를 가하여 법맥을 정리한다고 할지라도 한국밀교의 특성상, 그 교리나 수행법의 전승과 전개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제시하기 어려운 자가당착에 빠져 버릴 수 있는 모순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밀교는 명랑이나 혜통을 개조로 하는 신인종이나 총지종 같은 구복적 색채를 띤 밀교종파가 조선시대 중반까지 존재했기 때문에 종파적 입장에서 정리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나 인도나 중국, 티베트, 일본과 같이 기나긴 세월 계승되어 온 법맥상승의 입장에서 한국밀교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필자는 법맥의 상승밀교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는 방식보다는 시대별 구분에 의한 정리를 하면서 그 특성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즉 전래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구복적 차원의 밀교를 한 부분으로 정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의 법맥을 상승했던 통일신라시대 구법승에 의한 밀교로부터 조선시대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진언도차제의 수행법 등을 하나의 양상으로 정리했다. 나아가서 티베트적인 요소를 띤 육자진언신앙에 밀교의 교리가 가미된 내용을 신앙사와 문화사적 측면에서 정리했다. 그것은 이 땅에서 전개된 밀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특성별로 전개되어 온 현상들을 중심으로 한국밀교사를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 한국밀교의 정립방향 그간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밀교는 삼국시대로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띠면서 전개되었다. 한국밀교는 인도로부터 전개된 한자문화권 밀교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면서 전개되었다. 통일신라기 이후에는 중국에서 전래된 밀교의 영향보다는 몽골과 청나라를 통해서 전래된 티베트 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러한 사실들은 현존하고 있는 자료들을 통해서 입증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육자진언과 대승 및 밀교의 교리가 습합된 육자진언신앙의 한반도 전래이다. 거기에는 통일신라기에 전래된 인도중기밀교의 교리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주변지역과는 다른 형태의 한국밀교의 특성을 결정지었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한국밀교연구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골격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한국의 밀교는 조선시대 이후 한국불교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상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문화사적 측면에서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남기고 있다. 그간 한국밀교전개사의 내용이 밀교문화적인 측면에서 기술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밀교관련 의궤가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밀교적 종교의례나 수행 같은 것들도 거의 전승되고 있지 않다. 그런 가운데 밀교적 특징을 지닌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한국밀교전개사를 집필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이것은 앞으로 한국밀교를 연구하는데 밀교문화유산들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간 발표된 내용이 얼마 되지 않지만 밀교신문의 귀중한 지면을 통해서 정리된 하나 하나의 기사들과 사진자료들은 한국밀교사 정립의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실재로 그간 필자가 활용한 사진자료들은 국내외 답사를 통해서 얻은 것들이며, 그것은 진각종단의 배려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정리되지 못한 자료들을 더 정리하여 발표할 날을 약속하며, 오랜 기간 지면을 배려해 주신 밀교신문사 관계자 여러분과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