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83

허일범 교수   
입력 : 2005-09-14  | 수정 : 200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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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적 육자진언신앙의 문헌적 전거 1. 한반도 육자진언신앙의 원류 우리나라의 불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형성된 불교 가운데에서도 매우 독특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검토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불교는 한자문화권의 불교만 전래된 것이 아니라 티베트문화권의 불교가 전해져서 신앙적인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의 육자진언신앙은 대승불교의 실천행은 물론이고 밀교의 교리까지도 포함한 내용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것은 그 원류를 찾아가면 티베트의 마니칸붐이라는 문헌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니칸붐은 우리들에게 생소한 문헌이지만 거기에는 육자진언의 교리와 수행과 의식에 관련된 방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거기에서는 육자진언의 유래와 마니칸붐을 계승한 전승자들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으며, 이것을 처음으로 이 세상에 알린 사람이 괴둡이라는 것도 밝히고 있다. 이것은 마니칸붐이 육자진언신앙의 정통성을 계승한 문헌임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육자진언신앙의 전통을 계승한 마니칸붐의 내용들은 티베트에서 우리나라에 전해져서 한반도의 육자진언신앙의 근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마니칸붐은 그 일부의 내용이 발췌되어 오늘날 전해지고 있으며, 육자진언신앙의 교리를 뒷받침 해주는 중요한 전거가 되고 있다. 여기서 마니칸붐을 발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은 자사태마와 사팔사이다. 하여튼 그들에 의해서 정리된 마니칸붐은 우리나라 육자진언신앙의 골격을 이루었으며, 한반도적 특색을 지닌 진언신앙으로 정착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현존하고 있는 마니칸붐 관련 문헌들의 내용을 검토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전승되고 있는 육자진언 관련 문헌들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처서 성립되었는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6세기 중반과 17세기 초에 간행된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을 비롯하여 20세기 초에 간행된 관세음육자대명왕신주경,육자대명왕다라니경, 육자대명왕경, 육자대명왕경지송법, 육자영감대명왕경 등의 전개를 보면 한역경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내용들이 발견된다. 우리들은 이와 같은 사실들을 통하여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을 비롯한 육자진언 관련 찬술집들의 경우 한역대장경과는 별개의 경로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으며, 내용적으로 볼 때 마니칸붐은 이들 찬술집들의 성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된다. 2. 마니칸붐과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의 성립 우리나라에서 전개된 육자진언신앙의 실천행을 기술한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아주 짧으면서도 대승에서 밀교에 이르는 매우 중요한 핵심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 내용들은 전적으로 티베트의 마니칸붐 이외의 문헌에서는 그 전거를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티베트에서 결집된 마니칸붐은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만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는 그 방대한 분량의 내용 중에서 우리나라의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과 관련이 있는 공통된 몇 가지 내용을 간추려 원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먼저 육자진언의 독송을 통해서 육바라밀다의 성취와 육도윤회의 해탈을 성취할 수 있다고 전한다. 마니칸붐에서는 옴마니반메훔을 육바라밀다에 배당하면 옴은 보시바라밀다, 마는 지계바라밀다, 니는 인욕바라밀다, 반은 정진바라밀다, 메는 선정바라밀다, 훔은 지혜바라밀다, 육바라밀다를 완전히 이루는 것도 육자진언을 독송해서 오는 것이고, 옴마니반메훔을 육도의 괴로움을 소멸시키는데 배당하면 옴에 의해서 천(天)으로부터 윤회하여 떨어진다는 괴로움을 소멸, 마에 의해서 싸워 다투는 아수라의 괴로움을 소멸, 니에 의해서 사람이 죽음에 떨어진다는 괴로움을 소멸, 반에 의해서 무지몽매한 괴로움을 소멸, 메에 의해서 아귀가 기갈하는 괴로움을 소멸, 훔에 의해서 뜨겁고, 차가운 괴로움을 소멸한다. 육도의 괴로움의 주처를 소멸시키는 것도 육자진언을 독송해서 나온다고 설한다. 이것은 육도윤회를 벗어나서 열반적정에 이르러야 한다는 불교의 일반적인 이념과 육바라밀의 보살도를 실천해야 한다는 대승불교의 실천행을 육자진언신앙으로 전개시킨 것이다. 이어서 육자진언의 독송을 통해서 신구의 삼업의 장애를 제거하고 삼밀을 발현시킬 수 있다고 설한다. 즉 옴마니반메훔을 장애를 제거하는데 배당하면 옴에 의해서 신(身)의 장애를 제거, 마에 의해서 구(口)의 장애를 제거, 니에 의해서 의(意)의 장애를 제거, 반에 의해서 번뇌의 장애를 제거, 메에 의해서 훈습의 장애를 제거, 훔에 의해서 지식의 장애를 제거한다고 설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마니칸붐에서는 육자진언과 오불오지(五佛五智)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밀교의 신구의 삼밀행과 오불오지의 구현을 통한 불작불행을 육자진언의 수행공덕으로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은 대승불교 및 밀교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된 티베트 육자진언신앙이 마니칸붐을 근간으로 해서 육자구수선정을 거처서 한반도에 전래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