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전개사 78

허일범 교수   
입력 : 2005-06-01  | 수정 : 200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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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적 장엄의 유형과 표현방식) 1. 밀교적 장엄의 특징적 유형 우리들이 전각의 장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입체적 장엄물이나 도화를 통해서 나타낸 불화들이다. 그 중에서도 입체적 장엄물의 경우 건축물의 종류에 따라서 그 장엄방식에 차이가 있다. 목재를 재질로 한 경우는 그 선택의 폭이 넓고, 주로 흙을 재질로 한 경우는 그 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그리고 목재와 흙을 함께 사용한 경우에는 전자의 경우들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한편 똑 같은 재질을 사용하더라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 차이가 있고, 장엄의 양식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티베트의 경우는 방대한 지역이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사용하는 재질이나 건축양식이 다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같은 지역이나 같은 문화권역에 속해 있다고 해서 동일한 장엄양식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들은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몽골과 서부 티베트,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개된 장엄 중에서 천정장엄 오불만다라, 벽화장엄 법맥상승 존형도와 진언융합의 형태에 대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2. 몽골의 오불만다라 장엄도 밀교가 전파된 지역에서 이루어진 장엄 가운데 보기 드문 천정 만다라장엄 양식이 몽골지역에서 발견된다. 일찍이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몽골은 16세기경 청나라의 영향권에 들면서부터 티베트 양식으로부터 전용된 독특한 사찰장엄이 이루어졌다. 즉 몽골지역은 징기스칸 당시 티베트로부터 불교가 전파되고, 후빌라이칸 때에는 사캬팡첸에 의해서 문자가 제정되면서 불교는 몽골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그와 같이 13세기 중반 이미 티베트 불교의 영향권 하에 들어간 몽골은 그 후 청나라의 침략을 받으면서 다시 새로운 형태의 티베트 불교를 접하게 된다. 즉 청나라의 영향권 하에서 몽골불교는 팡첸라마를 중심으로 한 사원계통의 불교가 세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16세기경 몽골의 대표적 사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엘텐죠사원에서는 티베트의 여타지역과 성격을 달리하는 양식의 밀교적 장엄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석존을 주존으로 봉안한 두 개의 전각과 총카파를 주존으로 봉안한 한 개의 전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기에는 과거와 현재의 미래를 의미하는 삼존으로 의미가 부여 되어 있다. 그 세 개의 전각 가운데 중앙에 있는 전각에서 우리들은 천정에 장엄된 오불만다라를 접하게 된다. 도화의 양식은 오색을 써서 오불의 영역을 나타내고, 만다라 중심의 사각문양으로부터 외측의 원형으로 된 최외원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의 양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즉 가운데의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해서 동방에 청색의 아축불, 남방에 황색의 보생불, 서방에 적색의 아미타불, 북방에 청녹색의 불공성취불이 위치하고 있는 양식으로 도화되어 있다. 그런데 그 존상들은 월륜 중에 다섯의 구획을 나누어 각각의 영역에 오불을 도화한 것이 있는가 하면 갈마금강저의 문양 속에 오불을 배당한 양식의 만다라도 있다. 이와 같은 만다라의 천정장엄 방식은 서부나 중앙이나 동부티베트, 그리고 북티베트의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이며, 내용면에서도 독특한 만다라라고 할 수 있다. 3. 티베트의 법맥상승 존상도 티베트의 경우 흙을 재질로 조성한 사찰에서는 만다라나 존형의 장엄을 주로 벽면을 이용하여 나타내고 있으며, 흙과 나무재질을 혼용하여 사용한 사찰에서는 나무재질에 불보살상의 조각을 넣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그리고 서부 티베트의 경우는 나무재질에 채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중앙 티베트지역에서는 조각보다는 단순한 채색을 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서 티베트 헤미수승원에 조성된 밀교의 법맥을 상승한 조사들의 법맥도이다. 그것은 인도로부터 티베트에 이르기까지 밀교가 전승된 법맥의 조사들을 그려 놓은 벽화이다. 아마도 밀교가 전파된 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이와 같이 수많은 밀교 조사들의 존영을 벽화로 그려 놓은 곳은 이 곳이 유일하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경우는 대일여래로부터 금강살타, 용지, 용맹, 선무외, 금강지 등의 순으로 이어지는 법맥의 상승자들을 벽면에 그려 넣은 경우를 발견할 수 있으나 헤미수승원과 같이 수많은 조사들을 하나 하나 그려 넣은 경우는 없다. 이 법맥도의 전거는 티베트 조낭파의 학승인 타라나타의 카밥둔덴이라는 저술에 나와 있는 내용에 의거한 것으로 여겨진다. 4. 한반도의 독창적 진언법계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찰장엄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진언이며, 그것은 전각의 장엄에서부터 불보살상의 복장물, 호신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오불의 종자진언은 실지성취의 진언으로 가장 많이 표현되었다. 그것은 이 진언이 밀교 뿐만 아니라 화엄의 자문관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가운데 화엄과 밀교의 공통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바라하카 오대진언은 지수화풍공을 의미하며, 이것은 밀교에서 오불을 나타내는 진언으로도 활용되었다. 그리고 이 오대진언은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는 한반도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던 대비심다라니나 육자진언과도 결합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복합적 양상을 띤 그들 진언들은 상호 관련성을 가지면서 신행의 중심을 이루고, 교리를 표상화하는 장엄으로 활용되었다. 이와 같이 한반도에서 밀교적 장엄 가운데 진언을 통한 표현방식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화엄과 반야경전을 중심으로 한 통불교적 양상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신행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진언에 대한 비중이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이 각 지역에서 전개된 밀교적 장엄의 특징은 그 지역의 불교적 풍토와 자연환경에 따라서 그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각 지역에서는 독특한 양상의 만다라장엄이나 법맥상승장엄, 진언장엄 등의 밀교적 장엄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