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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24호)

지현 주필   
입력 : 2005-04-14  | 수정 : 200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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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종의 나아갈 길과 해야 할 일) 진각종단의 교법질서 재정립과 변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던 종헌·종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3월 29일 개최된 종의회에서 부결되어 3년여에 걸쳐 진행되어 온 종헌·종법 개정에 관한 사안은 일단 보류하게 되었다. 이번 종헌·종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연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종단의 현 상황과 미래를 조망하는 관점에서 깊이 참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이번 종헌·종법 개정안은 비록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개정안이 마려되기까지의 과정은 되새겨 볼만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개정위원회의 출발이 종단의 입법기관인 종의회와 종단의 법적기구인 유지재단 합동회의에서 결의되었다는 점, 그리고 상임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16차례에 걸친 작업 끝에 개정안이 마련되고, 통리원법 등 일부 조직개편안을 이번 종의회에 상정하였다는 점이다. 통과 여부를 떠나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이러한 노력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후 관련 작업을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서도 이러한 절차와 정신은 지켜져야 하리라고 본다. 법이 통과되고, 안 되고는 그 자체가 인연이요, 법문이다. 아직 때가 성숙되지 못했거나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이번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그 근본인 정체성과 교법질서에 관한 종헌개정의 다음 수순을 다수의 종의회 의원들이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헌이 체(體)라면 종법은 그 용(用)이다. 본말(本末)의 이치와 같은 것이다. 혜일 총인예하의 법문대로 '체도 확립되기 전에 용부터 변화를 일으킨다면 본말이 전도(顚倒)'되고 마는 것이다. 종헌·종법 개정안의 핵심은 진각종의 본존(本尊)과 교주에 대한 부분이다. 종헌·종법 개정위원들도 종단의 중진과 중요 교직자들로 구성되어 매우 진지한 논의와 고심을 해왔지만, 교주, 본존에 관한 부분은 종단의 법통승수와 관련된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것만큼은 총인예하의 법문이 절대적인 귄위를 가져야하고, 원로기구인 인의회(印議會)의 여론이 신성시 되어야만 한다. 이번에 진행된 일련의 종헌·종법 개정 내용을 짚어 본 총인예하의 결정은 이러한 민주적인 논의자체가 바람직하기는 하나, 진각종단의 교주는 법신 비로자나불이요, 본존은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추호도 흔들려서 안 되는 종조인 진각성존 회당 대종사의 심인법이요, 진각종의 종지(宗旨)라는 것이다. 총인예하께서는 교주·교법에 관한 논의 자체를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예사롭지 않은 현상으로 파악하고 계시는 듯하다. 총인께서는 '교주가 초석이라면 본존은 기둥과 대들보와 같고, 교주가 할아버지라면 본존은 나를 직접 생육하는 아버지와 같은 격'이라고 말씀하신다. 교주와 본존에 관한 논란은 초석과 기둥을 바꾸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꾸는 일과 같다는 법문이다. 혜일 총인예하께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금번 4월 춘기스승강공에서 전국 스승들에게 발표할 예정이다. 스승강공의 성격은 종단의 교법을 강론하는 자리이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국 교역자뿐만 아니라 신교들에게도 인지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강공 이후에도 일선 심인당에서 신교들에게 주지시켜 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교법에 관한 총인예하의 법문과 원로스승들의 중론에 대해서는 결코 논란과 이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종단의 종행정 시스템은 종단의 행정수반인 통리원장 중심제이지만, 교법의 중심만은 종조의 법통을 승수하는 총인이고, 그것은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종풍이다. 교주, 본존에 관한 정체성 문제는 총인예하의 교시에 따라 정리해 나간다 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이 담고 있는 종단 구조조정과 개혁에 관한 내용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리라고 본다. 현재의 진각종단은 종단발전과 더불어 자연스레 늘어난 종단 각 유사부처의 통폐합은 물론, 구조조정을 통하여 종단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방편을 강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아무리 바빠도 체와 용이, 본과 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보다 근본에 충실하고 절차와 과정을 중요시하는 풍토만은 반드시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진각종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그것은 지성과 신심을 갖춘 젊은 교직자들이 발의하였듯이 종단의 체제를 시대에 맞게 변혁하는 일이지만 그 순서와 원칙은 교주 및 본존에 관한 종조의 부법을 바르게 세운 토대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종헌·종법 개정안 논란이 진각종단의 승풍을 다시금 금강불괴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법문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