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과 맑은 늙은 호박탕

밀교신문   
입력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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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익어가는 늙은 호박은 둥글납작한 생김새 때문에 맷돌호박 또는 청둥호박(Cheese pumpkin)이라고 한다.

 

서양에는 펌킨(pumpkin)으로 불리는 그 호박이다. 그런데 늙은 호박이라는 이름은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하여 성숙했다는 숙과용호박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뭔가 무게와 깊이가 느껴지고 노란색과 함께 따뜻한 느낌도 드는 듯하다.

 

호박은 채소 중 가장 큰 열매를 맺는 대표적인 넝쿨식물로 박과(Cucurbitaceae)에 속하며 늙은 호박은 중앙 아메리카/멕시코 남부 원산의 동양계 호박(Cucubita moschata)으로 고온 습윤한 환경에서 잘 견디는 품종이다. (:오랑캐)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나라에서 유입되어 한반도 북부지방을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껍질이 두껍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쉽게 재배되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의 하나로 호박죽, 호박범벅, 호박나물, 호박떡, 호박엿, 호박김치 등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앞에서 말한 펌킨은 서구에서 펌킨파이, 수프, 스튜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핼러원(Halloween)의 잭오랜턴(Jack-o’-Lantern) 또는 핼러원랜턴(Halloween lantern)을 만드는 재료로 더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에서 호박이라고 일컬을 때는 그리 유쾌한 의미가 아니지만, 영어로 펌킨(pumpkin)사랑스러운 또는 귀여운 사람의 의미도 있으며 주로 연인 또는 어린 자녀를 지칭하니 우리 늙은 호박의 숨겨진 의미와 연결고리가 있는 듯도 하다.

 

깊고 구수한 단맛을 가진 늙은 호박은 2002년 미국 타임스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super food, 수퍼푸드)에 선정되어 이미 영양적 가치의 우수함이 증명되었다. 우선 수분과 식이섬유소 등이 풍부해서 소화 흡수가 잘되므로 위장 기능이 약하거나 회복기 환자, 출산한 임산부에게도 많이 권장되고 있다. 이들 영양소는 숙변 제거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으며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켜 고혈압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를 주며 출산 후 몸조리와 함께 부종 제거 역할도 한다.

 

우리 몸에 유용한 항산화영양소인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β-카로틴, 비타민 A)이 풍부해 항암 작용은 물론 면역력을 증가시켜 각종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호박씨에 함유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E는 뇌의 혈액순환이나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서민의 영양식품이 늙은 호박이다.

 

다이어트에 유용하다는 것은 늙은 호박 100g이 약 29의 열량을 내는 데 비해 주식인 밥은 70g(1/3 공기)100를 내고 일반 우유 1(작은 것 1, 200g)125의 열량을 내기 때문이다. 많이 먹고 적은 열량과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늙은 호박에 풍부한 베타카로틴은 생것일 경우 100g712이나 삶거나 찌게 되면 7,077으로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늙은 호박요리는 그야말로 굳굳(good good)’이다(농촌진흥청 음식영양정보).

 

늙은 호박은 숙성기간이 길어지면 영양소도 깊어지니(더 풍부해짐) 충분히 익기 전에 수확하여 잘 보관하고 계절이 바뀐 후 먹는다면 그야말로 건강한 식생활의 실천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복잡한 영양학적 지식을 이해하고 있었던 우리 조상님들께 전경의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특히 여름철 더위로 찬 음식을 즐겨 먹다가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는 환절기의 늙은 호박은 원기와 영양을 함께 제공하는 효자식품이다.

 

필자는 올해 밀교신문에 연재한 음식이야기는 경주시 현곡면 상구리 용천사의 지호 스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평범한 음식이나 이야기가 있고 품위가 있는 레시피는 즐겁고 연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곤 하였다, 오늘의 맑은 늙은 호박탕은 감미로운 노란색과 부드럽게 풀어진 식감을 독자에게 보여드리고자 한 시간 남짓 핸드폰의 버튼을 눌러대었고 그 와중에 서서히 퍼지는 호박의 향기에 취해서 나중에는 마구 눌렀다. 겨우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고 호박탕을 건더기와 함께 훌훌 먹고 옆에 곁들인 고춧잎 부침과 식은 밥을 한 공기 다 먹었다. 조금씩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여러분도 저처럼 즐거운 맑은 호박탕으로 영양을 채워보세요.

 

<맑은 늙은 호박탕>

출처: 지호 스님 요리법

재료: 늙은 호박, 소금 약간

 

1. 늙은 호박을 깨끗하게 닦고 크게 세로로 이등분한 후 호박씨는 모두 제거한다.

2. 호박껍질도 제거하고 호박은 깍둑까둑 썰어둔다.

3. 손질한 호박에 물을 자박하게 넣고 소금을 조금 넣고 끓여 준다(20분 정도)

4. 호박이 투명한 주황색이 되면 호박탕이 완성된다.

5. 호박 덩어리로 그대로 건져서 맑은 국물과 함께 차갑게 또는 뜨뜻하게 먹는다.

 

:소금은 늙은 호박 고유의 단맛을 더 좋게 해준다

호박탕에 고춧잎무침 등 가을에 만날 수 있는 찬을 곁들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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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