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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밀교신문   
입력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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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만의 폭우로 16명 사망실종

관악구 반지하 일가족 비극'80년만의 폭우' 7명 사망 6명 실종

서초구 폭우 실종 40, 지하 3층서 숨진 채 발견

기록적 폭우, 뉴욕도 서울도'기생충'을 떠올렸다

 

뉴스 특보가 계속된다. 위의 헤드라인을 한 뉴스들이 텔레비전에서 보도되고 있다. 80년 만에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지역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다.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다. 저 속수무책인 시간과 공간이 내 앞에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자연 앞에 인간 모두 겸손해야 한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자연의 파괴적 재해로 인한 위험과 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비극은 가난한 자들의 몫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고통의 가난과 비극이 소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침수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 현장을 방문하여 그 곳을 내려다보는 사진이 공개됐다. 그 장면을 보고 어떤 정치평론가 변호사는 누추한 곳에 방문했다고 말한다. 수해지역 복구를 위해 봉사에 나선 여당 정치인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웃으며 말한다. 타인이 고통과 비극을 아무런 감각 없이 규정한다. 침수로 생명을 앗아간 반지하 방은 국가지도자가 등장하는 한 장의 사진에서 응시의 공간으로 소비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반지하의 생존 공간은 누추한 곳으로 치부된다. 하루 아침에 생활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울부짖는 수해 현장에서 정치인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방식과 타인의 비극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목격하고 있다. 미디어는 이 참담한 시대의 현실을 언어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양산한다.

 

요며칠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평소 존경하는 수전 손택(Susan Sontag)<타인의 고통(Regarding the pain others)>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수전 손택은 이 책에서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미국 현실 정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소비해버린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는 타인의 고통을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이미지의 범람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극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타인의 고통과 비극에 대해 무감각해지며, 직접 그 고통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도 처참한 사건과 현실에 정통해진다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또한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회에 대한 존중을 고민하는 진지함마저 비웃게 된다.

 

나부터 무엇이 인간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일 수 있는지 성찰하고자 한다. 수전 손택이 말한타인의 고통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다라는 말을 되새기자. 누군가에게 비가 내리는 날은 운치 좋은 날일 수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조마조마한 날일 수 있다.

 

김인영 교수/위덕대 융합기초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