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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밀교신문   
입력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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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온다. 추석 하면 생각나는 건 보름달이 뜬 밤에 소원을 비는 것이다.

 

각자의 소원들이 다 있겠지만 그 소원들이 이루어지려면 인연을 잘 지어 나아가야 한다. 인지어서 과받음은 우주만류의 법칙이다. 마음에 새기고 말만 내뱉으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보름달에 빈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자와 거지를 나누는 기준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자리에 따라서도 부와 가난은 또 나누어진다.

 

외형적으로 호화찬란하다고 해서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내면의 마음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가 중요할 때도 분명있다.

 

태양과 달은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은하계 속에서 빛을 내뿜어 우주를 밝히는 태양, 나머진 그 빛을 받아 다시 세상을 간접적으로 비추는데 불교에선 이 태양의 능력을 일러 법신이라 한다.

 

<진각교전>법신불은 본래있어 보리심에 비유하고 화신불은 닦아나니 보리행에 비유한다.’ 그리고 법신불은 태양 같고 화신불은 만월 같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빛을 내지는 않으나 그 빛을 받아 어두운 세상을 비추어 밝히는 만월의 표현은 사바세계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는 불보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만월은 수행으로 닦아 나는 보리행에 비유된다.

 

달은 태양이 세상을 밝히고 있을 때는 그 빛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 속에선 달도 그 빛을 비춰 어두운 세상에 길 잃은 자를 이끄는 길잡이 역할도 해준다. 태양은 항상 세상을 비추지만 달은 항상 있어도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보살 같다. 암흑 같은 어지러움이 없을 땐 숨어 있다가 세상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나타난다. 항상 우리 곁에 같이 있으면서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자세가 이런 달과 같아야 한다. 모양만 둥글다고 모든 것이 둥글다 볼 수 없듯 모양에 맞는 마음 자세를 갖추어야지만이 완성체가 된다

 

보름달이 추석의 메인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에 자리한 성품이 항상 세상을 비추면 이러한 마음은 영원한 진리성을 가진 자성청정심을 갖추고 모든 인연을 지으며 나날이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태양의 빛을 고스란히 품은 달의 기운을 그대로 우리 마음에 간직한다는 것은 한가위 보름달이 소원의 주체로 보여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인연을 지어가는 것에 주인공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어두운 밤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조명을 설치할 때 어떤 색을 쓰느냐 어떤 각도로 조명연출을 하느냐에 따라 조각상이 조명에 의해 표현되는 느낌은 달라진다. 불안, 공포를 나타나게 하거나 환희와 희망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빛은 결국 본인의 의지와 마음자세에 있다.

 

추석 명절 달을 보며 보름달의 모양이 아닌 내 마음의 모양을 보름달로 만드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원 정사/대승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