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식탁의 오이지

밀교신문   
입력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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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밥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반찬은 시원한 국물과 함께 아삭함을 즐길 수 있는 오이지가 생각난다. 오이지는 소금물에 오이를 담가 삼투현상과 효소 작용을 이용하여 독특한 풍미를 가지도록 만든 저장발효 식품이다. 삼투현상에 의해 소금의 짭조름한 맛이 오이로 투입되고 동시에 오이의 수분은 빠져나가며 오이지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미생물과 효소 등의 작용으로 새로운 맛과 향이 만들어진다. 식품화학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오이를 담그는 소금물의 농도는 16~18% 정도(15% 이하면 미생물 활동이 저하) 상온(미생물이 활발하게 할동하는 온도)에 저장해야 오이가 무르거나 상하지 않고 제대로 숙성된다. 이 과정은 식품영양학에서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변화인데 선조들은 어떻게 이런 세세한 부분을 아셨을까 생활의 지혜가 대단하다는 자부심마저 든다.   

 

우리나라는 농경국으로 주식과 부식으로 확연하게 구분된 식생활로 상차림이나 수저와 저분의 사용이 독특하다. 특히 저장식품은 다양한 식품(채소, 육류, 수산물 등)을 이용하여 저장하여 먹기 좋게 발달하여 그중 김치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우리의 고유 전통식품으로 인정받기까지 하였다. 최근에는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과 겨울철 삼한사온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우리 고유의 저장식품도 점차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양상이다. 즉 한반도의 뚜렷한 계절과 농경중심의 사회가 우리만의 저장 발효식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오이지는 소금에 절여 만든 김치로 인류가 담근 최초의 채소 절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의 고대시집인 <시경(詩經)>에 ‘瓜(오이 과)’를 ‘菹(채소절임 저)’하여 조상님께 바친다는 구절이 있어 오이과의 채소를 소금에 절여서 상용했을거로 추측하고 있다(중국으로의 유입도 그 이후이므로). 물론 어떤 형태의 맛인지는 알 수 없고 지금과 다를 거라고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 서양의 오이피클이 오이지와 유사한 식품이라고 할 수 있으나 아무래도 소금의 역사가 식초보다 오래되었으므로 우리 오이지가 역사가 더 길다고 할 수 있을 듯.    

 

오이는 인도 북부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약 1,500년 전 중국에서 들어왔고 칼륨의 함량이 높아 체내의 노폐물을 빼주는 역할도 한다. 그 외에 칼슘, 비타민 C, 비타민 A(IU), 인 등도 고루 들어있으며 피부를 희게 하거나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 보습효과도 있어서 피부미용에도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비타민 C를 파괴하는 효소도 함께 들어있으므로 오이는 식초나 식염으로 조리하는 것이 비타민 C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다른 생채소와 함께 먹는다면 다른 채소의 비타민 C를 파괴하므로 조심하도록 한다. 오이는 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등산할 때 물대신 애용되기도 한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오이지 담그는 방법은 ‘황과저법(黃瓜菹法)’과 ‘황과함저법(黃瓜鹹菹法)’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지금과 같은 방식의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용인 오이지를 조선의 명물로 꼽은 기록이 있다. 세종께서 용인, 이천, 광주 등으로 사냥을 나가실 때 용인의 ‘푸른 오이(靑瓜)’를 보리밥과 바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윤숙자 교수가 정리한 <규합총서>에 실린 ‘용인 오이지법’을 올리고자 한다. 

 

올 여름 용인에서 나는 푸른 오이로 아래 조리법대로 담가 조선 최고의 용인 오이지를 만나세요    


용인 오이지법


재료: 오이 10개, 쌀뜨물 20컵, 소금 1 1/2컵

 

만들기:

① 오이 10개를 꼭지 없이하고 항아리에 넣는다.

② 맑은 쌀뜨물과 냉수를 섞어 소금을 싱겁게 타 오이 넣은 항아리에 붓는다.

③ 그 이튿날 내어 아래위를 바꾸어 놓고 또 그 이튿날 아래위를 바꾸고 이렇게 7번 정도 하여 익히니 용인 오이지가 우리 나라에서 유명하다


● 소금 농도 16~18% 는 ‘물(+쌀뜨물) : 소금 = 6~6.5 : 1’  를 맞추도록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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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