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일 불공에 빠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밀교신문   
입력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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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집콕때문에 걷기와 운동이 부족해서 소화가 안 된다는 분들이 더러 계시더라고요. 운동하기 힘들다면 조금 덜 먹는 것도 방법입니다. 배불리 실컷 먹기보다는 간소하고 깔끔하게 차려서 적당히 먹고 속을 비운 날이 몸도 마음도 더 편안할 때가 많지요. 어쩌면 우리 인생도 뭔가를 채우고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꾸 비워내고 간결하게 바꾸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위바위보를 다들 해 보셨지요? 뭔가를 손에 꽉 움켜쥐려는 주먹은 다 내려놓고 그냥 줘버리는 이 보자기한테 못 당합니다. 유위보다 무위의 삶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잘되고자 하는 마음, 또 잘 풀리고자 하는 마음이 순수한 서원으로 이어지는 순간에는 괜찮아요. 그러나 이 마음이 어느 순간 욕심으로, 또 현실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변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조금씩 불안하고 조급해지고 또 괴로워져요.

 

탐심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을 자꾸 채워나가려고 하기보다는 그 탐심을 돌아보고 마음을 비우는 쪽으로 정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고, 또 그 행복이 장원해질 수 있어요. 특히 중년, 또는 노년이 되면 사람은 안 보이는 걸 억지로 보려고 하기보다는 쓸데없는 기억이나 욕망을 하나씩 지우거나 버리는 일에 더 마음을 써야 합니다. 늘 머릿속에, 또 마음속에 담아두거나 쌓아 놓은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우울증과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자기 삶을 한번 돌아보세요. 우리의 삶이 허전한 것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여전히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분주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조금은 벗어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온전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해요. 우리가 자성일 불공을 빠지지 않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겠지요.

 

유위의 현실에 치중하고 인생의 성공을 위한 세속의 노력에 몰입했던 것이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삶을 여유 있게 돌아보고 아직 비우지 못한 마음의 작은 먼지나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말끔하게 비워낼 수 있도록 마음 그릇을 크게 키우는 불공과 마음공부에 전념하시기 서원합니다.

 

원망심을 여의는 순간 삼계유정(三界有情)이 다 내 몸이고 간탐심을 여의면 이 세상 티끌 하나 내 것 아닌 것이 없다. 마음이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다가올 모든 앞일이 꼬여서 복잡하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펴 있으면 다가올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어 간다. 자기 마음 가운데 팔만사천경을 배우는 길이 있다.”(실행론 2-9-4)

 

길상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