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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밀교신문   
입력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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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생일이면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들이 불러주었던 생일 노래가 있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사랑하는 내 친구 왜 태어났니?”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맘속으로 부처님 가르침과 종조님 가르침을 배워 익히는 기쁨을 누리고, 고귀한 인간이 되기 위해 정진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태어났으니 그렇게 거룩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다짐했던 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데도 고귀한 인간이 되지도 못했고, 사람들과 잘 지내지도 못했으며, 행복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가 바라보는 세상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너무 괴로웠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깨쳐 보아야 했다.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에 집중하며 깨쳐 보니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서 남기신 탄생게송에 그 답이 있었다.

 

온 우주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엄하다. 이 세상에 가득 찬 고통을 내 반드시 평안하게 하리라.”라고 하신 부처님의 탄생게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삶의 비전도 보여주고 있다. 탄생게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온 우주에서 주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인간들이 가장 존엄하다고 선언하시고, 그런 존재로서 마땅히 우리가 겪는 고통을 반드시 자신의 노력으로 소멸해야 함을 표명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고 행복한 존재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일체중생과 내가 하나임을 깨닫고 그들을 내 몸같이 아끼고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부처님과 종조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가르침을 오직 내 알음알이로 해석하고, 윤리적 기준으로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것만이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라는 전도망상을 일으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에 몰두해 중생을 아끼는 마음을 잊어버린 것이다. 삶에 있어 고통을 일으키는 다양한 사건, 사고 등의 인연을 만났을 때 누가 옳고 그르냐, 무엇이 잘되었나 잘못되었나 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미움으로 대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으로 돌보면서 해결하는 것이다. 돌아보면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그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은 것은 결국 후회로 남고, 사랑으로 품고 화합으로 해결한 것은 생각만 해도 내면의 깊은 곳에서 따뜻한 에너지가 올라와 마음이 행복하다. 따라서 우리는 행복한 존재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일체중생을 사랑하고 나 또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음을 인식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놓치고 있었으니 가르침을 배워 익히는 기쁨도 누리지 못했고, 고귀한 사람도 되지 못했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지도 못한 것이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사랑을 받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임을 새삼 깨닫게 해 주신 인연이 있었다. 초임지로 발령받은 경주교구에서 만난 기로 스승님들이 바로 그분들이다. 기로 스승님들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나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위로를 받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며 상처를 치유했다. 사랑을 받는 것은 사랑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했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였다.

 

진정 부처님 가르침과 스승님들과의 인연을 통해 깨친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정진 중이다. 일체중생이 나와 한 몸이고, 그들이 여의주보다 귀한 보배임을 인식하는 보리심 수행을 늘 잊지 않고 한다. 그리고 매일 만나는 인연 중생들에게 부족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주어 그들에게 그 사랑이 가득하기를, 그 사랑의 회향이 나와 일체중생들을 행복하게 하기를 서원한다.

 

이미 열반에 드신 기로 스승님들이 너무 그립다.

 

여원성 전수/실상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