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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존재 의미를 되새겨 볼 때

밀교신문   
입력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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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패드립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패륜적 드립의 줄임말로, 부모를 소재로 삼아 놀리거나 욕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TV에서는 패륜적 사건들이 종종 뉴스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가해해 상해를 입혔다는 비극적 소식이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도 했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영화 마더298만 명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나름 흥행작이다. 이 영화에 사람들이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어수룩한 아들과 단둘이 사는 마더의, 아들에 대한 절대적 사랑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인자 아들의 과오를 품으려 했던 이유 없는 마더의 본질적 자식 사랑 때문이다. 아들의 살인을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그 고통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에 연민과 동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들에겐 지금도 회자(膾炙)되고 있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외동아들과 단둘이 사는 어머니는 오직 아들을 위해서 헌신한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인으로 만든 후 결혼까지 시킨다. 그 사이 어머니는 늙고 치매기까지 보인다. 그러나 아들 부부는 호시탐탐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낼 기회만 엿본다. 어머니는 늘 머리맡에 보자기에 꽁꽁 싼 상자를 두고 잔다. 그런데 이 상자는 한 번도 개봉된 적이 없다. 아들 부부는 어머니 상자 속에 귀중품이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열어보리라 벼르던 중,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아들 부부는 상자를 열어보고, 실망하고 만다. 상자 안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어금니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옛말에 자식의 빠진 어금니를 잘 보관하면 자식이 장수한다 했단다. 이건 어릴 적에 빠진 니 어금니야.’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이 말에 울컥했고 그 이후로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는 생각을 버렸다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상자 속에 담겨 있던 것은 바로 자식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위 두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동서고금(東西古今), 시공(時空)을 초월해 지속되는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속성을 지닌다. 온 세상이 자식을 버려도, 어머니는 자식에게 온 세상이 된다. 어머니의 사랑은 보통 명사다. 비바람, 눈보라에도 변하지 않는 금과도 같은 것이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국내 독자들은 물론 영어로도 번역되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가슴 저리게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변해도 퇴색하지 않는 가치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라는 이름, 그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내 일생의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빚진 자이다. 어머니라는 존재(存在)의 의미를 되새길 때, 비로소 패륜적 사건이 더이상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방건희/진선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