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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새해, 그럼에도 모두 사랑하기를

밀교신문   
입력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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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49일 불공이 시작되기 전에 무작정 인천행을 감행했다. 친정아버지는 올해 구순이 되셨다. 친정어머니와 함께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간직한 채 등 굽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듯 그렇게 40년을 오롯이 인천집을 지키고 계신다. 2년 가까이 코로나는 핑곗거리의 좋은 안주로 종종 등장한다. 만해 한용운은 일찍이 시 <사랑의 끝판>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이 역설의 무게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한 일, 놓치고 사는 일들이 수없이 많으니, 그 진짜 실체는 바쁨을 가장한 게으름이다.

 

친정집에 들어서니 친정어머니가 다녀가신 듯 아버지 얼굴이 뽀얗고 정갈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오셔서 한결 수월하고 말벗도 되어 하루가 지루하지 않다지만 허리 보호대를 차고 계시는 아버지는 오랫동안 고통을 참고 있었다. 복전(福田)이신 양가 부모님들을 떠올렸다. 우리 곁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로 쇠약해지는 부모님들,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는 큰 산인 아우라만으로도 은혜의 선물이 오십을 넘어 육십이 가까워지자 비로소 보였다.

 

경주서 챙겨간 엿과 강정을 맛나게 드시는 모습을 뵈니, 지난날 당신들이 우리 6남매를 어떻게 키웠는지 새삼 감회가 새롭다. 친정어머니는 저승으로 거처를 옮긴 지 11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 꿈속에서 1년에 두서너 번은 꼭 이승으로 소풍을 오신다. 오랫동안 뵙지 못한 그리움이 일순간에 밀려와 환한 등불로 방안의 어둠을 밝힌다. 아버지를 둘러 쌓고 형제들이 아침 겸 점심 밥상에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이 코로나 시국에 조카가 건네준 반가운 결혼 청첩장, 올 임인년 한 해도 또 이렇게 즐거운 새로운 소식들로 아름답게 넘쳐나기를 바라는 마음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최근에 읽은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의 한 대목이다. “자신과 타인에게 정직해지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오랫동안 내 뇌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 장기화로 마음의 백신이 더 시급할 정도로 우리의 영혼은 이미 급속한 황폐화로 치달아 치료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면 자신이나 타인을 향해 진실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많다. 불보살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쟁이임을 흔쾌히 인정하고 항복하면 된다. 자기 삶을 보호하려고 사람들은 삶에서 진실되지 못한 행동과 말과 생각을 한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경험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놓아버리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모든 만물은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그 에너지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다. 우리는 분명히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에너지가 다르다는 것을 안다. 감정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가 흔히 감정을 표출하고 나면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어떤 감정 즉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그 감정은 증폭되어 더 큰 에너지를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에 미숙하고 어눌하다. 억제는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것이고, 억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감정을 억제하면 나타날 수 있는 신체 증상은 짜증을 잘 내는 성격이 되기 쉽고, 감정 기복이 많으며, 목과 등의 근육이 긴장돼 있고, 두통, 복통, 생리불순, 소화불량, 대장염, 불면증, 알레르기, 고혈압 등의 신체 문제를 일으킨다고 호킨스 박사는 말하고 있다.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감정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작 세상을 아름답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기름때 묻고 흙 묻은 손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우리는 지금 자신과 타인에 대해 얼마나 정직하고 진실한가. 임오년 새해, 그럼에도 우리 모두 억압된 상처로부터 벗어나 사랑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