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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와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밀교신문   
입력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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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 1위이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심인당 마당에도 소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봄이 되면 꽃가루를 날려 보낸 꽃주머니가 바짝 말라 떨어지고, 가을이면 묵은 솔잎이 갈색이 되어 떨어진다. 소나무 밑에는 일년 내내 나무에서 떨어진 찌꺼기가 머물러 있는데 소나무를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꾸 비워내어야 한결같이 푸르를 수 있구나를 배우고 있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봄에 잎이 나서 가을이면 낙엽이 되어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는데 소나무는 두해살이 잎을 지니므로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한다. 소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상록수라는 명칭처럼 그냥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끊임없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시절 취미로 서예반에서 활동을 했다. 그때 지도교수님께서 작품전시회를 앞두고 서예반원들에게 아호를 지어주셨는데 나에게는 여송如松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소나무처럼 세상을 살아가라는 이름의 의미, 발음의 울림도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붓글씨를 배웠던 것 같다. 이후 몇 번의 작품전에 작품을 낼 때마다 화룡점정으로 아호를 아로새기면서 늘 한결같은 소나무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내었던 기억이 난다. 삶에 가끔씩 지칠 때마다 나는 부처님의 제자이고 나는 여송이니까...’ 라고 맘을 붙잡고 자주 미소 지으며 더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했고 더 빠르게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복잡다단한 문제들로 한결같은 마음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한다.

 

요즈음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명상센터에는 수행을 하러 온 분들이 자율적으로 일을 맡아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센터에서는 일찍 도착하는 순서대로 소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자기가 선호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시작되기 몇시간 전에 도착하기도 하는데, 보통 쉽고 간단한 일을 선호한다고 하니 자비롭고 지혜로운 마음을 일으키는게 얼마나 어려울 일인가 실감하게 된다.

 

사람도, 상황도, 일도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면 감당할 수 있게 되고 그랬을 때 우리는 커지게 되고 성숙하게 된다. 웬만하면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이런 일은 괜찮고 저런 일은 괜찮지 않다가 아니라 일단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시련고개를 당체법문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두렵지 않게 된다. 쉬운 선택을 하는 사람치고 열정 있는 사람이 없고, 헌신하는 사람이 없다. 힘든 선택을 하는 사람은 힘드니까 최선을 다하고, 힘드니까 현명하고 지혜로워지고, 힘드니까 의욕이 생기고, 힘드니까 서원하게 되고, 힘드니까 강해지게 노력하게 된다. 힘든 선택을 하라는 것은 일부러 고생하라는 것이 아니다. 복된 길은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이 힘든 길은 실제로 가보면 힘든 것처럼 포장되어 있을 뿐 생각보다 별로 힘들지 않고, 자진고행의 길로 가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진리법계가 지켜주시고, 결과적으로는 부처님 감사합니다라는 맘이 저절로 들 뿐이다.

 

어두워진 곳에서 등불을 켜면 그 주위가 환하게 밝아진다. 하지만 그 등불은 주변의 한정된 범위 정도만 밝힐 수 있다. 하지만 그 등불을 들고 내가 걸어가면 어떻게 될까. 가만히 서 있으면 짧은 거리밖에 못 비추지만 걸어가면 내가 가는 모든 곳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가장 중요한 일인 마음을 살펴보고 마음의 표면에 낀 때를 지우고 부족한 에너지를 채우는 일을 등한시 하고 있다. 마음을 고요히 하여 잔잔한 수면과 같은 상태에 이르러야 지혜의 등불이 켜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이 늘 대상을 향해 바쁘게 달리다 보니 마음이 고요한 상황을 더 못 견뎌 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마음이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우리는 마음 공부를 하고 있다. 좋은 일이 일어나도 나쁜 일이 닥쳐도 양쪽을 오가는 마음 잘 살펴보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정심을 일으켜야 한다.

 

어렵고 힘들 때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체험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평소에 수행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했을 때 기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항상 기도를 생활화한 사람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간의 접촉이 단절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우리는 강요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아닌 행복이라는 등불을 든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서 불을 밝히면 행복한 에너지가 온 세상을 밝힐 것이다.

 

내면의 성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너무 쉽게 화를 내고 너무 쉽게 짜증을 내고, 너무 쉽게 상처를 주는 삶의 여정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처님과 종조님의 말씀처럼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과 상대방을 향한 이타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