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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호-끄트머리

밀교신문   
입력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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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지난하게 이어지는 코로나19의 터널은 인류의 노력보다 더 큰 변화로 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과 윤회의 법칙에서 벗어남이 없다고 하니 사라짐도 인연에 달려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가운데에 끄트머리라는 재미있는 낱말은 실마리라는 두 가지 상반된 뜻이 담겨 있다. ‘()’이라는 한자의 순우리말이다. 조상의 지혜로움을 담고 있는 말로 한 해의 끝을 단순히 마무리로만 여기지 않고 새로움으로 시작하는 전환점으로 함께 아우르는 표현이다. 불교 교리로 치환해도 삼라만상의 순환 원리를 보여주는 의미 깊은 낱말이다.

 

매서운 기운의 바이러스 팬데믹 속에 조금 열리는 듯하였던 신축년을 힘겹게 보내고 무거운 책임과 삼가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임인년의 새 아침 문을 열어젖힌다.

 

시간의 굴레 속에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함은 단지 우리의 마음만이 아니라 생로병사의 육체적 한계도 마찬가지이니, 죽음 또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끄트머리일뿐이다. 새로운 인연의 시작 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종조 회당 대종사께서는 불공과 기도, 수행 정진을 시간 지킨다고 하셨다.

 

시간을 지키는 이는 곧 시공의 주인이 되어 자주로 살아가게 된다고 하셨다.

 

주인이 되어 자주로 살아감은 선공후사의 공심과 공도를 먼저 세우는 데에서 시작한다.

 

체가 되는 종교가 먼저 공도를 세워나가면 세간의 일에서도 정도가 세워지고 다 함께 이익하고 안락한 즐거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한 해에도 끄트머리가 있고, 우리 인생에도 끄트머리가 있다. 그러므로 정진으로 첫 마음을 열어갈 때 시작과 끝은 긍정의 변화가 있는 삶이 될 것이다.

 

끝은 단순히 하나의 단절이나 분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스스로 복덕과 지혜로 충만한 삶이 되도록 살아야 할 것이다. 늘 불완전한 현재의 삶은 중생들의 마음가짐에서 모든 단초가 되어 일어난다는 평범의 진리는 여전히 유효하듯 마음이 그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진리를 상기하자.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간, 끄트머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작의 첫 단추를 여미는 시간 지키기가 되기를 마음 모아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