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향기에 맛을 담다

밀교신문   
입력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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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던 고운 단풍은 어느새 낙엽으로 길에 쌓이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드러나면서 이젠 겨울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경주 향교(경주시 교촌안길)는 ’신라전래음식 경주전통음식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경주 여성유도회원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한해를 마무리한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경연대회는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지원으로 개최되며 경주의 민간음식과 식재료를 중심으로 솜씨를 선보이고 전통을 이어가는 자리로 매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찰음식 5첩 코스요리는 연을 재료로 연자죽과 연잎밥, 그리고 뽕잎된장국, 연줄기 들깨탕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조금은 억지이지만 신라의 향기까지 느겨졌다. 불국사나 오어사 등 사찰에서 올린 연(蓮 Lotus)이 들어간 정성이 가득한 공양으로 보였다. 반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이계절과 연)이 어울리는구나 싶었다. 

 

연(蓮, Lotus)은 인도와 중국을 중심으로 열대지방이나 아시아 동부 지역에서 자라는 수련과의 다년생 초본 수생식물이며 부엽식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이다. 연못에서 또는 논밭에서도 재배되므로 코로나19가 나오기 전에는 양동마을의 연못이나 서출지, 경주 선덕여고 근처의 연못에서 그 자태를 마음껏 즐기곤 하였다. 연잎은 쓴맛이 있으나 성질이 유하므로 예로부터 출혈성 위궤양, 위염, 출혈, 설사, 두통과 어지럼증, 토혈, 산후어혈치료, 야뇨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각종 독성 물질에 대하여 중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민간 치료제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요즘의 오염된 환경에서는 활용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식품영양학 측면에서 보면 지질 저하효과, 항산화 및 항균효과, 대사성 질환의 완화작용 등으로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연잎에 함유된 식이섬유, 비타민, 폴리페놀류(플라보노이드 등) 등 다양한 항산화물질의 기능이라고 보인다. 이런 특성을 식품에 사용하고자 연잎에서 추출한 물질을 첨가한 고추장도 개발되었다. 연꽃의 열매 즉 연과(蓮果)는 연밥이며 예로부터 과거에 임하는 학생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며 전하는 그림 ‘일로연과도(一鷺蓮果圖)’의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엿이나 찹쌀떡, 휴지, 포크 등으로 응원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좋은 기운을 품은 연잎으로 밥을 하고 부족한 동물성 단백질 등은 국이나 찬으로 보완한다면 든든한 밥상이 된다. 

 

보정심인당 원법행 보살의 소박하면서 깔끔한 솜씨로 준비한 찹쌀연잎밥에 보정의 신도들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가졌으리라. 연잎밥은 먼저 찹쌀밥을 하고 연잎에 한끼에 적당한 양을 연잎으로 싸서 다시 한번 찜통에서 쪄야 한다. 연잎향이 짙게 밴 찹쌀연잎밥은 한솥 준비하여 한덩어리씩 냉동보관하면 겨울에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밥상을 준비할 수 있다. 이래저래 연은 가을이 끝나가는 시기에 11월과 인연이 깊다.  



연잎밥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1. 찹쌀은 2~3시간 정도 불려서 건져놓고 찜통에 젖은 면보를 깔고 20분간 찐다

2. 찹쌀밥이 고슬고슬하게 지어지면 큰 그릇에 담고 소금물을 조금씩 섞어서 버무려 간을 한다. 소금물은 찹쌀 1㎏ 기준으로 물 1컵에 소금 1큰술의 비율로 섞으면 된다.

3. 깨끗하게 씻은 연잎에 찹쌀밥을 놓고 은행과 잣을 고명으로 얹고 연잎으로 얌전하게 싸준다. 은행은 볶아서 속껍질을 벗겨서 사용한다. 

4. 찜통에 연잎밥을 앉히고 40분 이상 푹 쪄낸다

(팁) 찹쌀은 3되 기준으로 연잎은 2 ㎏ 정도 필요하며 연잎밥은 50개 정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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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