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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길목에서···

밀교신문   
입력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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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레 거리의 나무도 옷 색깔을 바꾸고 더 추워지기 전에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뽐내며 저무는 계절에 또 한 장의 추억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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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에 낙엽 뒹구는 가을은 매번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둘러 스쳐 지나갔지만, 올해 가을 끝자락은 조바심도 접은 채, 우리 곁에 좀 더 머물렀다 떠나는 듯하여 고즈넉하고 예쁜 가을 향기를 여유롭게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만남과 이별이 순환되는 계절을 자연스럽게 보내고 맞이하고··· 또 그렇게 가고 다시 오는 계절을 만나는 변화의 시점에서, 일상에서 잊어버렸던 소중한 기억들도 잠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시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속삭이듯 다가섰던 봄은 싱그럽고 풋풋한 향기를 더해 주었고, 작열하는 태양의 열정은 젊은 청춘의 몫을 다하듯 푸른 잎들을 풍성하게 하여 시원함을 보내왔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열매를 수확하던 가을은 고운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며 가을 끝자락을 조금 더 길게 내어준 여유로운 가을이었다.

 

나뭇가지에 남은 잎들은 찬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고 바닥을 뒤덮었던 낙엽은 사뿐사뿐 춤사위로 발끝에 닿는 모습마저 예쁜 가을을 그려내고 있는데, 하늘 높이 두둥실 흐르는 구름은 재촉하지 않는데도 빠른 걸음으로 겨울을 마중 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 여름, 가을, 겨울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계절의 변화에도 새롭게 담아내는 여유를 가져본다. 계절의 변화 속에 지나가는 가을 끝자락을 눈에 담고, 잠시 여유로운 마음을 내어보니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그냥 고맙다.

 

항상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면 움켜쥐고 채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많이 내려놓고 비워서 또 다른 새로움으로 시작점을 만들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가득 차 있으면 담을 수 없고,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도 없다.

 

지금은 자꾸 늘려갈 게 아니라 되도록 많은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만 힘이 들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마냥 달리기만 했던 한해의 수레바퀴가 서서히 멈추는 시간, 12월을 만난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만나면, 꼬옥 쥐고 있는 손을 펴듯 마음을 열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계절의 변화에서 진리의 모습을, 삶의 모습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만드는 만남이 될 수 있기를···

 

심정도 전수/안산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