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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수가 가져다주는 즐거움

밀교신문   
입력 :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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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이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인도를 손에 넣고 사업이 안정되자, 여가를 즐기고 싶었던 영국인들은 콜카타 외곽에 로열 콜카타라는 인도 최초 골프장을 만들었다. 멋지고 아름다운 골프장은 완공되었지만, 원숭이들이라는 변수로 인해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골프 경기를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골프를 칠 때마다 원숭이들이 골프공에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경기에 참여했다. 골퍼가 필드 안으로 공을 날려 보내면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들이 재빨리 필드로 달려가 공을 집어 들고, 장난치다가 엉뚱한 곳에 던지고 달아나곤 하였다. 당연히 경기가 지연되거나 무효화 되고, 골퍼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골프장 운영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영리한 원숭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숭이들의 훼방에 골머리를 앓던 영국인들은 마침내 그 골프장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규칙 한 가지를 만들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자리에서 경기를 다시 시작한다.’이다. 더할 나위 없는 지혜로운 결정이었다.

 

골프장 근처에 이미 원숭이라는 인연은 존재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를 예측하지 못하여 기존의 방식으로는 골프 경기를 할 수 없었기에, 변수가 된 원숭이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경기를 치르게 한 것이다. 그 결과 로열 콜카타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퍼들은 한층 재미있는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원숭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경기에 지고 있던 사람에게 승리를 안겨주기도 하고, 이기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던 사람을 무릎 꿇게 하기도 했다. 우리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 특별한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다르지 않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그 가운데에서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일도 겪고, 예측하지 못했던 나쁜 일도 겪는다.

 

삶이라는 흐름은 연기적으로 이어지므로 결과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우리가 생각한 그대로 진행될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때때로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사고로 길이 막혀 중요한 약속에 늦어져서 일이 틀어지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아파하기도 하며, 생각지도 않았던 인연의 도움으로 성공을 맛보기도 하는 등 삶은 우리에게 다양한 변수를 간직한 채로 다가온다.

 

이러한 변수가 삶이 힘든 상황에서 좋은 쪽으로 이어지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골프 경기를 잘해 나가고 있는 중 갑자기 원숭이가 튀어나와 공을 홀컵에서 멀리 던져 버리고 그동안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듯한 상황과 같은 일이 삶 속에서 벌어지면 이럴 때 우리는 절망하고,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며, 운명을 탓한다. 그러면서 이 일이 자신과 적합하지 않는다고 하며 포기하려는 마음까지도 일으킨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삶이란 이렇듯 우리의 계획대로 되지 않으므로 불공 정해 보이지만 그것이 인생이란 경기인 것이다. 삶 속에서 만나는 변수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그 변수와 접속해야 할 인연을 내가 이미 지어놓고 있었다. 단지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그러면 삶은 우리에게 지혜라는 선물을 안겨 줄 것이므로

 

여원성 전수/실상심인당